[theSUNY] 형광등을 탐하다

Creative by Charles Courtney Curran

by 한봉규 PHILIP
글탐.형광등탐.a-breezy-day-charles-courtney-curran.jpg Charles Courtney Curran. A breezy day.


그 사람 애창곡 마지막 구절이 방금 끝났다. '가는 길에 들렀어~라는 말이 제일 싫어!'라는 말이 떠올라 흥얼흥얼 노래 여운은 고사하고 긴장감이 살짝 올라왔다. 시동 꺼진 엔진이 남긴 잔열 소리가 너무 커 잠깐 숨을 죽였다. 차에서는 사붓이 내렸다. '그 사람이 마중 나온 날은 훈훈하고 안락했는데···' 내 속 마음을 이 고요함은 냉큼 집어삼킨다.


그 기운이 어색해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아름드리 큰 나무 아래 서서야 안심했다. 마실 나온 동네 사람 정거장 역할을 할 법한 평상에 앉아 느티나무 잎들 사이로 쏟아지는 밤을 차지한다. 꿈꾸기에 좋은 느낌이다.


눈을 감는다. 흰 구름이 얇게 얇게 산들산들 퍼져 있다. 나를 마중하던 그 언덕에서 웬일인지 그 사람은 하얀 드레스 차림이다. 면사포를 선물하면 나는 신랑이다. 큰 손짓으로 나를 알린다. 하지만 뒷짐 진 채로 그 사람은 나의 바다를 바라볼 뿐이다. 애칭으로 불러도 소용없다. 미동도 없다. 어떤 안간힘을 쓸 때마다 구름은 점점 더 하얗게 하얗게 내 시선을 덮었다.


눈을 떴다. 큰 걸음으로 그 사람 창으로 갔다. 형광등 촉이 날아와 망설임도 없이 내 가슴을 관통한다. 형형색색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그 사람이 켜 둔 흰빛은 자기 마음 아껴준 고맙다는 답례라는 것을. 이 맞이가 유일한 방편임을 나는 안다. 클랙슨 한 번 누르고 나는 차 시동을 켰다.


방금 경적 소리를 들었다. 형광등 불을 껐다. 내 자리에서 그를 맞이하는 유일한 방편임을 그도 알 것이다. 참외 껍질 한 줄 한 줄이 오늘 유난스레 희고 고왔던 까닭도 알았다.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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