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UNY] 달을 탐하다

Creative by Jarek Puczel(1965 ~ )

by 한봉규 PHILIP
Jarek Puczel.Lovers7.2019.jpg Jarek Puczel. Lovers. 2019




깊은 골 달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얘기가 있어 서성이고 있다. 내 소망을 단박에 이뤄줄 달 찬스를 잡으려고 말이다. 어느 자리에 서면 나를 잘 볼까 싶어 동네 아래위 자리를 훑는다. 하지만 달은 왼쪽 눈동자로 나를 흘겨 볼 뿐, 좀처럼 눈 마중을 하려 들지 않는다.


내 마음은 언제쯤 살펴줄 테야라고 퉁명였다. 그러자 한 뼘은 족히 멀리 가는 밤 구름 꽁무니를 획~잡아끌어 얼굴을 가린다. 그 순간 차오르는 적막, 풀 소리마저 잦아들자 쓸쓸한 내가 드러났다.


후드득후드득~ 눈치코치 없는 바람은 한 발자국 뗄 때마다 나를 윽박지른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아야겠지만 인기척이라곤 땡전 한 잎도 없다. 떠나지도 주저앉을 수도 없는 내 꼴이 엉거주춤 엉거주춤 우습다.


가여웠을까, 엄지손톱만큼 얼굴을 내민 달이 미쁘게 말한다. 꿈결이 고와야 꽃길을 연다. 마음은 선해야 달꽃이 핀다. 달무리는 너의 마음 알았다는 신실함이니, 돌아가는 길은 흐뭇할 것이다. 달은 꽃과 같아서 지는 듯 보이지만 고요하면 다시 너를 찾을 것이다.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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