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UNY] 꿈을 탐하다

Creative by Jarek Puczel(1965 ~ , Poland)

by 한봉규 PHILIP
Jarek Puczel.jpg Jarek Puczel. https://wooarts.com/jarek-puczel/




일 끝날 때쯤 맞춘 약속 시간이다. 칼치기로 끼어드는 차가 있어도 ‘늦은 게로구나~ 어여 가라!’라며 속도 없이 헤헤 웃었다.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실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어디 있어?”라고 묻는 수화기를 두고 차 창은 내리고 손 흔드는 것으로 답을 주고받곤 했다. 그 사람이 차 안으로 들어와 앉으면 내내 자상하던 볕들은 아우성이다. 머리에 귓불에 어깨에 앞다퉈 내려앉는 모습이 마치 눈이 쌓이 듯 빛이 소복하다. 어쩐지 그이를 볼 때마다 난 눈이 부셨다.


신이 나를 막아서고는 가진 것 다 내 놓으라 으름장을 놓는다 해도 그 사람을 마주하는 이 시간, 내 눈동자만은 어림없다. 설사 해라 신이 나타나 온갖 교태로 내 마음을 유혹한다 한들 택도 없는 일이다. 나는 그 이에게 부끄럼 없는 사람이고 싶어서다.


아침나절 까치가 울길래 편지함을 열었다. 성에 차지 않았고, 우체국 앞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그 사람과 약속은 고사하고 안부조차 주고받을 길 없는 현실을 말이다. 비가 내렸기 망정이지 다 큰 놈이 길거리에서 운다고 흉 잡힐 뻔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간절히 소원했다. 바닥을 치는 빗방울 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기도했다. 우산 들고 나서는 그 사람의 약속이 내 꿈으로 오는 길이기를 말이다.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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