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UNY] 고양이를 탐하다

Creative by Jarek Puczel(1965 ~ ,Poland)

by 한봉규 PHILIP
jarek puczel.romantyczka.jpg Jarek Puczel. Romantyczka. 2014.




그 사람이 안에 있는 창을 바라보면 나는 바다를 보는 듯하다. 이별이 남긴 적막함. 아~, 짧은 탄식도 무음 처리하는 바다를 나는 보고 있다. 창문까지 거리라야 고작 10여 초. 파도 같은 숨을 참고 그 사람이 누워 있는 바다를 본다.


인기척이라고 해봐야 삼월 찬바람에 꼬랑지를 곧추세운 고양이뿐. 살금살금 한 녀석의 발자국 소리에 그 사람이 깨날까 봐 녀석과 눈을 맞춘다. 웅크렸던 몸을 일으킨 경계 태세. 묘한 긴장감이 돈다. 어르고 달랜들 고분고분할 고양이 같지 않다. 마치 그날 그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무슨 일로 여기 쳐들어온 것이냐 묻는 녀석은 나를 쏘아 본다. 달님 뒤로 숨어도 쫓아올 기세다. 이왕지사 이리 된 일 ‘잊지 못해 왔다. 잊는 일이 이리 고된 일인지 몰라 여기 왔다’ 시절 인연치곤 사무침이 남달랐던지 뒤척뒤척이는 밤을 곱게곱게 달랠 길 없어 어쩌다 보니 여기 내가 있다.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인거, 들락거리는 파도만큼이나 급한 마음, 이제 알겠으니 돌아가라는 양, 고양이 녀석 꼬리를 쳐 내리고 텃밭 수풀로 들어갔다. 바다를 등에 업고 나도 자리를 뜬다. 그제서야 철썩 파도 소리가 들린다.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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