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UNY] 夢을 탐하다

Creative by Richard Burlet(1957 ~ )

by 한봉규 PHILIP
Richard Burlet. The beautiful Primavera Oil on canvas by French artist


이맘때쯤 예고 없이 찾아드는 것이 있다. 뻔뻔한 이 녀석, 자리 내준 적이 없음에도 ‘여기가 내 자리로구나!’라며 들어앉아 똬리를 튼다. 이놈은 뱀의 혀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알고도 속는 일이기에 더 얄밉다. 그나마 겨우내 동안 고생한 말씨에게 따듯한 볕 한 줌씩 먹이고 보내려는 마음이 갸륵해 마지못한 척할 뿐이다. 그렇다고 그리 의기양양하면 말이다 내 마음 술렁인다. 그 사람 소식 가져왔는가 싶어서 하는 말이다.


미세먼지 심한 요 며칠 간 그 사람, 알레르기로 큰 고생 안 했는가가 제일 궁금하다. 그다음으로는 혼밥이 요즘 문화라지만 혼자 한 술 뜨는 일이 나는 아직 상쾌하진 않은 데 그 사람은 어떤지 알고 싶다.


그리고 말이다 술기운 제법 삼삼하게 돌면 전화통 붙들고 수다 떠는 그 버릇은 여전한지도. 문득 그 순번이 내게 왔던 날이 떠오른다. 참 그만한 밤놀이가 없었는데···. 91.9MHZ 음악 방송 디제이였다가 개그감이 폭발하면 콩트의 장인이었다. 대화를 이끄는 재주가 토크쇼 진행자로 나서도 내겐 손색없는 말솜씨였다.


그런 날에는 일방적으로 베개에 처맞아도 마냥 좋았다. 애무하는 사이가 되어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 이후 그 순번은 더는 내게 오지 않았다. 여전히 그 축에 나는 끼지 못하는 것인지 그 답도 듣고 싶다.


햇살이 금가루처럼 쏟아지는 오후 어떤 시간, 그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이제 거의 도착했어!’라는 그 목소리 다시 들을 수 있겠지. 온갖 미사여구를 망라해도 보내지 않던 셀카 사진 한 장을 한참 후에 내게 보내며 ‘이번이 마지막이야!’라는 그 무심한 말투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말이다. '내 생애 다시 이런 일은 없다'라고 못을 박고는 반주 없이 기차게 꺽어 내지르는 그 애창곡 녹음 파일, 찰나에 사라진 그 노래 파일을 생생한 음질로 복원해 오길 손금선이 무뎌질만큼 기도했다. 숨넘어가겠다. 병나겠다. 이제 그만 내 어깨 위로 올라와 내 귀에 대고 그 사람인 양 소곤소곤여 다오. 그리 태평하게 고양이 하품만 내다가는 스르르 잠들겠다.


그 사람이 차에 탔다. ‘커피 마시러 갈까!’라는 말을 나는 들었지만, 작심하고 붉은 작약 꽃밭으로 내달렸다. 작약식 중이었는데, 아~ 꿈이로구나. 정히 그렇게 그 사람 소식 들을 길이 이 여름에도 없는 것인가.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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