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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Jul 04. 2020

[삼삼한] 인터뷰

Creative by Eva Armisen(1969 ~  , 스페인)

에바 알머슨. Ideas, 2015 Limited Edition Serigraph, 75 x 55 cm




달걀을 한 곽 사가지고 왔다. 프라이도 먹고 싶고, 계란찜도 괜찮다. 하지만 오늘은 삶을 테다. 일전에 너무 푹 삶은 탓에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던 일에 대한 사사로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골오골 계란 삶는 소리가 재밌다.


잠시 후, 삶은 달걀 하나를 들고 껍질을 벗겼다. 어쩜 이렇게 흰 것인가! 모락모락 김을 내는 노른자는 맨 마지막에 먹어야겠다. 오물오물 씹는 맛 다음으로 카스텔라처럼 녹는 맛을 오늘은 맘껏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계란 껍질을 까고 월간HRD에서 보내온 '베스트 퍼실리테이터 선정' 인터뷰 기사를 읽는다. '퍼실리테이션의 차별화는 시작되었다'라는 제호가 마음에 든다. 원고 초안을 읽은 후배 병훈이가 "쌤의 인터뷰 기사 콘셉트는 한 마디로 이거네요!"라면서 보내온 카피를 그대로 실어줬다. 그 카피를 시작으로 내 얘기가 활자로 펄떡펄떡 뛰어다니는 것이 내 혼이 쏙 빠져도 나는 좋다.


이곳저곳에 '저, 인터뷰했는데, 기사 났어요!'라며 소식을 알렸더니만, '축하한다!'라는 말, '프린터 해서 소장할게요!'라는 말들 속에 '사인해주세요!'라는 말이 제일 마음에 든다. 양 어깨에 산더미처럼 뽕을 넣은 것마냥 거들먹거리면 좀 어떠냐. 오늘 하루 그럼 어떠냐! 계란도 삶았겠다. 인터뷰 기사도 났겠다. 사인해 달라는 말도 들었는데, 내일 아침 해 뜰 때까지 조금 들뜬 마음에 사인 연습을 하며 저녁 시간 보내는 일이 행복한 걸!


특별한 것 없는 보통사람인 내게 이런 흥이 언제 다시 또 오겠는가. 축하받은 만큼 더 살갑게 살고, 사인 한 수만큼 애틋한 마음으로 부대끼며 사는 일이 어렵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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