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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18. 2020

[H갤러리] John Bampfield

그 자리부터 내 눈 앞까지 황금빛이 쏟아진다.

John Bampfield(1947 ~   ). West Street.

saatchiart.com



11월 컬렉션, 일상



그녀를 만나고 온 날 비로소 가을을 제대로 보았다. 흩뿌리는 가을 비도 생생했고, 부스럭거리는 플라타너스 발길질도 정겨웠다. 바람이 흔드는 은행나무와는 오랜만에 손 흔들며 인사도 했다. 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바라보는 곳마다 황홀경이다. 눈동자 초점이 모아진 곳에서는 지금 막 겨울 행차를 시작했는가 보다. 야단법석 떠는 모습이 모두 하얀  빛이다.


그녀가 내 볼을 다듬 다듬 한다. 묵혔던 일 하나 둘은 내다 버리고 쓸모 있는 것은 후후 먼지 불어 털어 낸다. 내 주머니 안쪽 깊은 곳까지 다 정리한 다음 손길은 단밭빵 · 호두타르트 · 치아바타 담은 봉투 하나를 내 손에 쥐여 준다. 말 붙일 새도 없이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그 자리부터 내 눈 앞까지 황금빛이 쏟아진다. 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온전히 따듯한 겨울 짓기 말이다.


 


전략컨설팅[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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