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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19. 2020

[H갤러리] Sarah Bryant

고독이 설 자리에 없는 그림 같은 일이 내게 기적처럼 일어나길.

Reading after L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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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컬렉션, 일상



종일 감추고 싶었다. 강의 인사를 마치고 첫 워크숍 안내를 할 때도 티 날까 조심조심했다. 질문을 받고 답변 중에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자장면을 먹을 때도 가급적 말을 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1.5 수준여서 평소보다 말을 적게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옆 좌석에서 단무지 더 주세요라는 말에 하마터면 튀어나올 뻔도 했다. 용케 잘 참았다.


강의 인사를 마치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혹시 오후 수업 때 들통났는가 되짚었지만 무사히 넘겼다. 마음이 평화로운 걸 보면 그렇다. 가다 서다 몇 번 반복하는 퇴근 행렬 속에 끼여 무의식 중에 입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집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후회없는 걸 보면 잘 버텼다. 내 인내력도 꽤 용해 보였다.


한데 이 그림 앞에서 나는 무너지고야 말았다. 잘 참고 잘 버틴 심정이 풍선 터지는 소리 내며 하나 둘 터졌다. 밀물처럼 들어오는 저 오붓함 앞에서 혼자 버틸 힘이 더는 없었다. 고독이 들 자리 없는 그림 , 내게 기적이 일어나길.

      


전략컨설팅[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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