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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21. 2020

[H갤러리] Abram Arkhipov

온통 붉은색 차림이고 따듯한 볕을 방문 선물로 내어 놓은 듯했다.

On a Visit. 1910.

fineartamerica.com



11월 컬렉션, 일상



Abram Arkhipov(1862 - 1930, 러시아) 화풍은 현실주의라고 한다. 1900  러시아 시골 마을 여러  풍경을   있다. 한데 남성 대부분은 실의 가득하고 우울한 모습인 반면, 여성은 활기차다. 게다가 특별한 점은 여성 모두는 민족의상을 입고 있다.


여기에 작가 의도가 있는 것일까. 현실주의 작가라하니 있는 그대로를 그렸고, 그러려니 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 차림새 대비가 너무 두드러져  까닭이 궁금했다.


그림 속 남자 모양새 대부분은 남루하기 짝이 없다. 암울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반면에 여성은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고유 의상을 입고 있고, 그 색상도 붉고 강렬하다. 더 놀라운 점은 그녀들에게는 늘 빛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의 미장센일까.


이 작품이 그려진 1910년 이전 러시아는 숱한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전쟁 결과는 민중 삶을 황폐화시켰다. 그 메시지를 남성에게 투영한 듯했고, 여성에게는 새 시대를 염원하는 희망을 담은 듯 보였다. 실제로 1917년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주장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고, 작가는 러시아 혁명 예술가 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1927년에는 인민 예술가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해서 그런지 이 작품 On a Visit는 작가의 여러 작품 중 유난한 느낌이 들었다. 집 안과 밖이라는 구도를 현재와 미래로 구분 지우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여인이 문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온통 붉은색 차림이고 따듯한 볕을 방문 선물로 내어 놓은 듯했다. 마치 새 시대를 알리는 붉은 깃발을 들고 온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우리를 따르는 빛은 말라비틀어진 대지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고, 무수한 새 생명이 자랄 터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안심과 희망을 안겨 주는 듯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세 여인은 활짝 웃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이런 방문이 지난 6월 내게도 있었다.    



전략컨설팅[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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