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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Dec 07. 2020

[H갤러리] 구광모 작가

December · 12월 6일

정화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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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컬렉션, STORY



몇 해 전 영문 번역을 심각하게 못할 때였다. 산더미만 한 A4용지를 흰 눈처럼 날려 버리고 싶었다. 넋은 놨지만 손은 클릭질을 멈추지 않았고, 멈췄을 때 내 눈 앞에는 구광모 작가 이 작품 '정화된 밤'이 화면 가득했다. 


무슨 일인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날 난 이 밤에 빠졌다. 나오고 싶지 않았다. 깊이 파고들 수록 마음과 몸 곳곳에 달라 붙은 철 부스러기가 산화되는 듯했다. 내 정신은 밤을 유영하는 구름처럼 가벼웠다. 이 촉감을 말해보라 하면 묘사 할만큼 자신감도 솟았다. 밑도 끝도 없는 내 그림 보기 시작이 바로 이 때부터다. 


그 정화된 밤으로부터 내 일과는 방실방실한 날들 연속이었다. 연연하는 일도 사라졌다. 말수도 줄었고 그만큼 글 쓰는 일이 불어 지금까지 찰싹 달라 붙어 있다. 짜증을 탑처럼 쌓던 글 옮기는 일이 만든 이 우연은 낭만이 없는 내 언어를 믿는 신비한 힘을 따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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