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Sep 30. 2021

[H갤러리] Woldgate Bridge

데이비드 호크니(1937 ~  , 영국)

The Arrival of Spring in Woldgate, East Yorkshire in 2011 (twenty eleven)–29 December, No. 2, iPad 

researchgate.net



9월 컬렉션. 데이비드 호크니. Woldgate



<좌: 사진, Simon Gregson, yocc.co.uk > <우: 그림, 29 December, No. 2, iPad drawing. researchgate.net이 Rich



가을 부르는 비가 내렸고, 그치고서야 마중 나갔다. 붉은 노을을 삼킨 구름이 배부른 자처럼 여유를 부리다가 내 눈과 마주치곤 쏜살같이 자리를 떴다. 어딜 그리 급히 가느냐고 말 붙일 새도 없이 구름이 뜬 자리는 초저녁 별이 차지했다. 그 별을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나는 봤다. Woldgate에도 비가 내렸을 텐데 그 길 웅덩이에도 내가 보고 있는 이 별이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Woldgate 11km 길 중 어스름한 다리가 있는 이곳 풍경을 매월 한 점씩 간혹 매일매일 일기 쓰듯 그렸고, 다수 작품을 남겼다. 그 작품 한 점 한 점에는 사계절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중 yocc.co.uk는 Woldgate Bridge 10월 풍경을 소개했다. 10월 29일 이곳 풍경을 담은 그림 호크니 그림을 방문 당시 풍경과 가장 알맞은 작품으로 꼽았다. 한데 yocc.co.kr가 찍은 사진과 호크니 그림이 딱 들어맞진 않아 보인다. 짐작건대 호크니는 사진 맞은편에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흔적만 남은 다리 난간 위치와 그 주변 나무 형태로 보니 그렇다.


2004년 호크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요크셔를 떠난 지 근 40여 년 만에 귀향이었다. 그때부터 호크니는 고향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사실 호크니가 풍경을 그림 소재로 삼은 계기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그의 1970년 대 작품은 이 폴라로이드가 내놓은 사진을 토대로 한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다. 한데 1980년쯤 호크니는 Nichols Canyon(1980)이라는 작품을 내면서 '흔들거리는 선이 삶 속에 있다'라는 말을 했고, 이 말이 어떤 계기가 된 것인지 2004년 호크니는 요크셔도 돌아갔다. Woldgate를 시작으로 그는 고향 주변 풍경을 쉴 새 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이 열정에 불을 지핀 것이 아이폰이었고, 호크니는 2010년 아이패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담는 데 최적화된 재료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Woldgate 시리즈는 2011년 The Arrival of Spring 제목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화집이 출판됐고, 호크니 팬들은 화집을 들고 Woldgate를 방문하고는 그림과 숲을 한 자리에서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https://janetomlinson.com/david-hockney-east-yorkshire/ ). 그러고 보니 내 삶 가까이 이런 여행 소재가 없는 것이 아쉽다. 해서 그런지 Woldgate 시리즈가 걸맞은 우리나라 어느 곳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전략컨설팅[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