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말로 사람을 죽인다.

<렉시콘>을 읽고

by 책한엄마

https://youtu.be/quZqwN5CtjQ

이 책을 펼친 이유는 시시하다. YES24에 오구 오구 페이백이 있었고 사고 싶은 책을 사는 김에 이 책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골랐다. 시간은 가고 90일 대여 기간이 끝날 즈음 무심결에 펼쳐봤다. 정신을 차려보니 순식간에 백 페이지를 읽은 것이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기로 결정했다. 이 책을 읽으며 포기해 버릴까 생각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다 읽길 잘 한 것 같다.

이 책은 정말 딱 중간정도 점수를 줄 수 있는 책이다. 먼저 작가가 가진 번뜩이는 영감으로 시작했지만 끝맺음이 작가가 원한 방향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언어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 그만큼 언어에는 힘이 있다는 것. 언어와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이코 패스나 소시오 패스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조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가설에서 이 책이 시작된 것 같다. 주인공인 에밀리는 10대 평범한 의지할 곳 없는 거리의 소녀다. 눈이 빠르고 손이 빨라 소매치기와 사기내기 등으로 생계를 이어 나간다. 그러던 중 리라는 의문의 사나이를 만나고 그가 소개하고 이끄는 대로 비밀요원을 양성하는 학교에 들어간다.

비슷한 느낌 영화 밀레니엄

에밀리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해 호주에 있는 탄광촌으로 쫓겨나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떤 남성을 만난다. 시작은 사실 이렇지 않다. 다른 두 사건이 교차되어 이야기되다가 마지막에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함께 만난다. 산만하지 않고 끝까지 두 사건을 관심있게 읽어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지만 작가가 원하는 결론에서 크게 변화 되었음을 느낄 수 있어 이 소설이 개연성 있고 치밀한 이야기라고 하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학교 부분과 에밀리가 외우는 말들은 해리포터가 생각나고, 윌이 자신이 무언가를 목격해서 어떤 사람에게 인질이 되어 끌려 다니는 상황은 마치 어디서 많이 본 액션 영화 중 한 부분 같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삼류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사건들은 ‘언어’라는 한 주제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주문을 외워 사람을 죽이는 해리포터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디어와 타인들에 의해 세뇌된다. 어떤 사람이 부러움과 경외를 갖고 어떤 대상을 바라보면 그 대상은 경쟁력 우위를 갖게 된다. 반대로 다수가 대상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행동이나 언어를 사용하면 그 대상은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결국엔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짧은 챕터 뒤에 진짜 일어난 사건들을 붙이며 그는 이런 끔찍한 사례가 상상 속에 있는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깨우쳐 준다.

이건 정말 나 혼자만의 상상이다. 아마도 작가는 에밀리라는 길 위에서 아무렇게 자란 십대였던 아이가 유능한 요원이 되어 임무를 잘 이행한다는 걸, 윌이라는 국가 일을 하는 사람이 소시오 패스로 감정과 언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렇게 독자에게 이해시키기에 작가 역량이 아직 모자라 통속적인 러브스토리로 급하게 끝맺은 게 아닐까. 이런 생각 근거는 처음 그가 그리고 있는 음산함과 시니컬한 느낌이 마지막에 가서는 급하게 없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결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도 동화로 가상 세계를 만들면서 마지막이 잘 안 풀릴 때 그렇게 끝을 맺기 때문이다. 뭔가 행복하게 끝나면 모든 사람이 욕을 하진 않으니까.

그럼에도 그가 이 가짜 세상 속에 진짜 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특히 바벨탑을 통해 하나님이 사람들 언어를 다르게 만든 이유가 뭔지에 대한 작가 통찰은 새로웠고 다시 생각해 볼 거리였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같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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