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에밀 졸라의 <돈>을 읽고

by 책한엄마

돈은 무엇인가? 많은 인물을 통해 돈의 다양한 모습과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시카르라는 인물은 그저 돈을 사랑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욕망에 엄청나게 솔직한 사람이다. 모든 행동이 진심이다. 어떤 행동을 더 뒤를 내다보고 몸을 수그리거나 많은 준비를 일삼는 어마어마한 부자 유대인 군데르만 성격과 상반된 캐릭터다. 그렇다고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순수한 여인을 강간해 타락시키고 형을 이용해 큰 사업을 벌여 무고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게까지 만들었다. 이를 보고 있는 이 책의 주요 인물인 여성 카롤린. 그녀는 책도 많이 읽어 교양이 풍부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바람직한 여인이다. 그렇지만 시카르에 대해서만은 예외였다. 그가 배신을 하고 더러운 짓을 해 낳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못한다.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 시카르는 이 영화의 사기꾼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이 책을 인물별로 분류하고 하나하나 분석해서 읽었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많이 지쳤을 것 같다. 다른 일을 하며 무심히 보는 드라마같이 그렇게 이 책을 읽었다. 처음에 누군지 몰랐던 인물들도 그 행동에 이해가 가게 되며 멈춤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시카르가 악의는 없지만 주변에 엄청난 민폐를 끼치는 행동들, 그 악행을 보면서도 인연을 이어가는 답답한 카롤린, 복수를 위해 날개 없는 시카르를 던져버려고 말없이 위로 위로 주식 가격을 올려놓은 군데르만. 주변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먹는 또 다른 유대인 뷔슈. 근면 성실했지만 시카르를 믿었다는 죄로 무일푼이 되어버린 사업가와 투자자. 태어날 때부터 교육을 받지 않아 동물처럼 커버린 시카르의 아들 빅토르와 반대로 너무나 이성적인 아들 막심. 욕망을 가진 동생과 달리 공명정대한 형 루공. 이 인물들이 글자를 통해 너무나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였다. 이는 모두 끊임없이 이들의 행동과 생각을 쓰고 알려주는 작가 덕분이다. 반대로 그들이 너무 힘차게 움직이는 바람에 깊이 들어가면 머리가 쑤셔댔다. 너무나 인간적이라 내 옆에 있는 사람처럼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분노에 찬 군중들에 둘러싸인 졸라>앙드 드 그루 작(1898년)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프랑스의 주식 중개소가 종이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지금은 컴퓨터로 이루어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주식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 주식으로 욕망에 빠져 마치 도박 중독처럼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람, 망했지만 다시 재기를 꿈꾸는 주식 지진아들까지. 어쩜 이 인물들을 현대로 바꾸더라도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정치와 사법 쪽의 연관성까지 보다 보면 세상은 빠르게 바뀐다고 얘기하지만 반대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도 이 책으로 증명이 된다.
나는 솔직히 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집착을 갖지도 않는다. 내 엄마는 정말 돈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그건 돈이 부족했던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엄마 덕분인지 나는 40년 동안 단 한 번도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돈이 풍족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그건 내가 노력해서 벌어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평생 못 가져봤기 때문이다. 그저 먹고살기에 문제가 없으니 나는 돈이라는 것에 대한 별 관심이 없다는 게 맞다.

'돈'의 현대판일 듯한 영화 <월 스트리트>


요즘 돈이 또 부동산에 쏠리는 현상을 지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 쏠리고 있다. 회사의 주식가치 상승을 넘어 보이지 않는 화폐인 비트코인까지 가서 그 코인에 가치를 메기고 있다. 시카르가 설립한 만국 세계은행과 닮아있는 가상화폐의 세상. 그 끝은 과연 어떨까? 나는 들어가지 않을 예정이다. 차라리 나는 내 글이, 내 노동이 돈의 가치로 환산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엔 많이 노력해야 할 테지만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에밀 졸라의 현재를 바라보는 예리한 관찰가적 시점이 훌륭했던 작품이었다. 예전 내가 쓴 서평을 보니 제르미날을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렇게 읽고 느낌을 적는 건 그때를 추억하기에 좋은 매개체가 된다. 다시금 또 에밀 졸라 작품을 천천히 모두 읽어보고 싶다.


에밀졸라의 사실적인 문학은 지금 이 시대와 유사성을 증명하는 좋은 증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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