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허리 굽혀
지하도에서, 빌딩 꼭대기에서 살점 지지는
이십세기 한반도식 전류가 흘러나오고 있어
우리라고 불리는, 정말 우, 우습게도
우리 같지 않은 우리들이
벌건 대낮에도 야맹증에 시달리는
쉿, 숨죽인 채 엎드려 있어
최루탄 가스와 소독 전혀 하지 않은 압박붕대
환타, 코카콜라, 소주병이 타락했어, 타락
돌았어, 완전히 홰액 돌았어
똑같은 복장을 하고 화염병으로 둔갑했어
쉿, 움직이지 마
죽은 채 엎드려 있다가, 보도블록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될 때
잽쌉게 골목길로 뛰어
뛰다가 숨이 차면 하늘을 처음인 양 올려다봐
노랑내 나는 선진국민이 이야기하는
원더풀 코리아 가을 하늘을
이윽고 막이 걷히고
쓸쓸한 무대
적막한 광장
부리 색깔 변한 비둘기 두어 마리
열심히 시멘트바닥 쪼아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