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안도감보다
죽음의 사악한 비열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얼굴이 변해 가는 줄도 모르고
작은 산, 큰 산들을 넘어왔다
지금은 입하
눈 못 뜨게 흩날리는 눈
37년 전 유격대에 맞닥뜨렸던
버드나무의 자웅수정은
변함없이 시작되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들이
푸르고 울창한 숲을
검은 비로 밀어내고 있다
무리하게 쓰는 글은
태어날 때부터 절뚝거리고
짓눌렀던 삶의 무게
형체도 냄새도 없는 것들이
나를 조금씩 침몰 시키고 있다
이제 그만 털고 일어서자
내 생애
두 번 다시 가질 수 없는
저택이든, 애인이든, 돈이든
부질없는 말장난이든
다 털고 일어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