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가다듬는 일
경청하는 일
때를 기다리는 일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그리하지 못한다
시간에 대한 정중한 예의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번 크게 흔들리고 나면
뿌리나 바닥을 통째로 보고나면
냉랭하게 식어버린다
한배를 타고 난 형제나
밥을 오랫토록 함께 먹어온 식구도
마찬가지다
흐릿해진 눈을 감는다
더 이상 글을 읽을 수가 없다
인간들이 싫어졌다
정(情) 가는 자가 없어졌다
어차피 홀로가는 인생이지만
신파조(新派調) 같은 도심이 슬슬 싫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