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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Oct 04. 2023

익숙하지 않는 밤

수술에서 깨어나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두고

말 못하는 짐승들 만나러 집으로 왔다

네 마리나 되는

더러는 사람보다 나은 코씨가족

늦은 시각

너희들과 어두컴컴한 뒷산을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아늑하고 담담하다

     

시속 육십키로로 달리는 인생열차

헐어놓은 구월은 아슬아슬하게

악성종양을 피해 시월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올해도 이렇게

쫓기듯 마무리할 것인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뜨겁던 지난여름에 원주서 보내온 옥수수

껍질이 푸르딩딩 얼은 채

곰팡이가 얼룩덜룩

썩지 못해 죽음의 꽃을 피우고 있구나

당신 없는 오늘

거름되어가는 수염 뜯어 한곳에 모아두고

물렁물렁해진 옥수수

이층 베란다에 병정처럼 열 지어 늘어놓는다

     

식은 밥과 곰피 한 다발로

한 끼 때우고

아무도 없는 텅빈 집

캄캄한 거실에 홀로 누워

말똥말똥 천정만 쳐다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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