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후에 시집 갈, 의사가 직업인 딸
오늘은 병원 당직이라 예식 전 하객에게 틀어 줄
영상물 중 자신 어릴 적 사진과
엄마아빠 결혼식 사진을 좀 찾아주면
좋겠다는 전화가 왔다
요즘 결혼식에는 부모결혼식 사진도 필요한가 보다
2층 서재에서 어렵사리 앨범을 찾아
장가간 아들 방에 쌓아놓고 한권씩 열어본다
몇 점 옷과 빈 책상만 덩그러니, 주인 없는 방
붉은 조명아래서 30여 년 전 추억을 보노라니 온몸이
후끈 달아올라, 런닝 바람으로 숨을 조절한다
잘 살아왔어 후회할 거 없이
그때는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참 아름답구나,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
백여 컷을 단톡방에 올렸더니 울면서 전화 온 딸
‘아! 아빠, 시집 안가고 싶어요.
엄마아빠랑 평생 같이 살고 싶어요...’
추가로 20여 컷을 보내고, 땀으로 눅지근한 런닝 벗고
역류성 식도염으로 끊었던 커피를 한잔하고
눈 자욱이 뻑뻑하도록 땀인지 눈물인지 훔친다
부모 자식 간에 결혼으로 이별하는 일
이게 대체 뭐라고, 꼭 이래야만 되는 건지
딸 바보인 나는 잘 모르겠다
새벽 한시반이 지났는데도 도무지 잠이 오질 않네
이렇게 내 인생에서 필혼을 맞이하고
또 다른 출발선에 선 딸을 보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