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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Oct 30. 2023

시집 가는 딸

보름 후에 시집 갈의사가 직업인 딸

오늘은 병원 당직이라 예식 전 하객에게 틀어 줄

영상물 중 자신 어릴 적 사진과

엄마아빠 결혼식 사진을 좀 찾아주면

좋겠다는 전화가 왔다

요즘 결혼식에는 부모결혼식 사진도 필요한가 보다

     

2층 서재에서 어렵사리 앨범을 찾아

장가간 아들 방에 쌓아놓고 한권씩 열어본다

몇 점 옷과 빈 책상만 덩그러니주인 없는 방

붉은 조명아래서 30여 년 전 추억을 보노라니 온몸이

후끈 달아올라런닝 바람으로 숨을 조절한다

     

잘 살아왔어 후회할 거 없이 

그때는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참 아름답구나열심히 잘 살아왔구나

백여 컷을 단톡방에 올렸더니 울면서 전화 온 딸

아빠시집 안가고 싶어요.

엄마아빠랑 평생 같이 살고 싶어요...’

     

추가로 20여 컷을 보내고땀으로 눅지근한 런닝 벗고

역류성 식도염으로 끊었던 커피를 한잔하고

눈 자욱이 뻑뻑하도록 땀인지 눈물인지 훔친다

     

부모 자식 간에 결혼으로 이별하는 일

이게 대체 뭐라고꼭 이래야만 되는 건지

딸 바보인 나는 잘 모르겠다

새벽 한시반이 지났는데도 도무지 잠이 오질 않네

이렇게 내 인생에서 필혼을 맞이하고

또 다른 출발선에 선 딸을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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