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분수를 모르고
어디에서 누굴 만나는지도 망각한 채
근거 없는 불신과 질투, 원성을 가득 품고
볼품 없이 병들어가는 조개
그 조개를 씻고 헹궈봐야 진흙은 절대
깨끗하게 떨어져 나갈 수가 없다
제 스스로 뻘밭을 기어 나와 돌자갈 위에 올라
몇날며칠을 썰물과 밀물에
하늘과 땅 뒤엎는 고통스런 경험을 거쳐야
비로소 맑고 예쁜 조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소년이 된 노인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그저 끈질기게 인내심을 가지고
먼 바다를 응시하고만 있으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