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체 검출 후 5일차)
닷새를 꼬박 앓았더니
아랫도리가 없는 것처럼 허전하다
머리는 휑하니 비어서 덜커덕덜커덕 쇳소리
뼈마디마다 빈 들판 훑고 지나가는 찬바람 소리
처음 알았다 자칫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그것도 식구 넷이 모두 같은 병이니, 더 당황스럽다
(7일차)
약 먹고, 자고 TV보고 자다가 또 약 먹고
이러다간 정신이 먼저 갈 거 같다는 불안감
1주일의 격리생활이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네
삶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논리적이라는 거
사람 몸은 정말 나약한데 과학적이라는 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팬더믹이라는 사실
복원력....
1주일이면 복원이 되는 구나
아직은 내 몸뚱어리가 건강하구나
통계에, 상식에 부합하는 꼭 들어맞는 결과를 보여주니
아주 튼튼함을 입증했어
천만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