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우유에는 85.715%의 우유, 즉 1병에 200ml 이상의 우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하는
원유의 질 또는 분유를 썼느냐, 그리고 분유의 질은 어떻냐에 따라서 그 맛의 차이가 난다.
원유의 질보다는 분유를 썼을 때 바나나맛우유의 fresh 한 맛이 떨어지며, 텁텁한 맛과
분유 특유의 냄새가 나면서 지속적으로 음용하는 Heavy user들에게는 이상을 느끼게 하고
그 먹는 빈도가 줄어들게 되거나, 아예 제품에 실망하여 떠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86년에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해에는 특히 분유의 재고가 많았고, 특히 수분함량이 높은 분유가 많아 쉽게 변할 수 있는
것들의 재고가 많아지다 보니, 분유를 평소보다 많이 써야 했고 아울러 변하기 직전의
분유도 소진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제품의 맛은 떨어지고 매출은 급격히 내려갔으며 급기야 반 토막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신 못 차린 경영진에서는 이를 제품의 수명 주기가 다 되어서 그렇다는 둥,
용기가 Old 해서 그렇다는 둥( 지금은 용기가 이 제품의 독특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지만
용기에 대해 Old 하다는 불만은 이후 영업으로 옮겨져 영업에서 계속 용기를 바꿔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의 본질보다는 면피를 하려는 목적인지 그 원인을 계속 제품의 Old화로
규정하고 그렇게 몰아갔다.
그렇게 바나나맛우유의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제품의 쇠퇴기로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고 관심도 없어지는 그런 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바나나맛우유가 죽는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게 느낄 경영진이나 부서장들이
없을 정도였다.
더욱이 회사 내에서는 흰 우유(시유)에 회사의 모든 것이 집중되던 시기라 바나나맛우유의
죽고 사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다.
80년대만 해도 유제품 시장은 흰 우유(시유) 전체 시장이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하던 시기
였기에 어떤 회사가 흰 우유를 더 많이 파느냐가 회사의 매출을 결정하였었다.
그래서 서울 우유를 비롯한 매일유업, 남양유업과 지금은 동원 F&B로 흡수된 해태우유
모두 광고를 흰 우유에 집중하며 흰 우유 광고와 집유선(목장 농가) 늘리기에 전념을 하였었다.
당시 유업체의 매출 크기는 흰 우유의 점유율 순서에 따라 결정되었고, 그 순서는
서울우유, 해태우유, 남양유업, 매일우유, 빙그레의 순서로 빙그레가 가장 낮았다.
그 때문에도 빙그레 유가공 부문(당시 빙그레는 유가공사업부와 면스낵사업부로 나뉘어 있었다) 경영진이나 영업은 항상 그 관심이 어떻게 하면 흰 우유를 늘리느냐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고,
흰우유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소비자들로부터 유업체로서의 신뢰와 선호도를 얻어야 하는데
빙그레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
흰 우유 TV광고를 열망했으나 당시 빙그레는 라면 사업에 진출하느라 우선 순위에서
흰 우유 광고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로지 흰 우유 TV 광고에 대한 Issue만이 영업과 사업부의 숙원인 상태가 되었고
바나나맛우유의 심각성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