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986 바나나맛우유 중병의 징조

by 권오택

이제는 국대급 제품이 된 바나나맛우유가 사라질 위기가 몇 번 있었는데 그 첫번째가

1980년대 중반이었다.

바나나맛우유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우유와 향료이다.

향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지만 우유에는 변화가 많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축산농가의 환경이 열악하였기 때문에 원유의 Quality가 날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었다. 그래서 비가 심하게 오거나, 날씨가 몹시 더우면 납품 원유의 품질이

급격히 나빠져서 공장의 집유 탱크에 오래 보관을 못하고 급하게 분유를 만들었다.

게다가 우유 소비의 편차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심해서 그 때 그 때 남는 원유는

분유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원유는 살균 처리되지 않은 소에서 바로 짠 우유이다).

날씨에 따른 편차는 비 오는 날에 심했는데,, 연속적으로 비가 올 때면 더 커졌다.

우유의 월별 소비를 보면(내부적으로는 월별 지수라고 함) 1,2월에 가장 떨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소비가 많은 월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했다.

즉, 80,90 년대에는 5월에 소비가 가장 많았지만 2000년 대 이후는

여름에 우유를 음료같이 마시면서 7,8월에도 전체 소비되는 양이 많아지는

구조로 변하였다.

80,90년 대에는 그 이유가 학교 급식으로, 급식이 있는 5월과 없는 1,2월에는

계절적 요인까지 포함하여 수요 차이가 3~4배가 되었다.

그래서 수요가 많은 기간을 기준으로 농가에서 구매하는 원유 수급 계획을 세우다 보니,

생산과 수요에서 오는 차이의 원유는 분유로 저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분유는 원유의 질이나 가공 회사의 수준에 따라 그 Quality 차이가 심하게 났었다.

그리고 quality가 떨어지는 분유는 유통기간 내 임에도 냄새가 몹시 난다든가,

보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든가 하였다.

빙그레에서는 흰우유 외에 원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제품이 바나나맛우유라

성수기에 원유 수급이 우유 소비에 못 미치면, 불가피하게 저장된 분유를 바나나맛우유에

원유 대신 일부 넣어 부족한 원유를 보충 하곤하였다.

그런데 유혹은 여기서 시작 되었다.

5월에 바나나맛우유에 쓰이는 분유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품질 안좋은 분유를 빨리

소진하기 위하여 바나나맛우유에 넣기로 한 것이었다.

원유 대신 품질 좋은 분유를 넣는 것 자체도 맛에 영향을 주는데 하물며

Quality가 떨어져 냄새가 나는 분유를 넣으면 바나나맛우유도 맛이 괴상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막무가내로 넣지는 않았고, 연구실에서 정한 비율만큼만 넣었지만 이미 이건

바나나맛우유는 아니었다.

지금 같으면 당연히 그 분유들을 폐기하겠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연구실이 공장장 조직으로

있었고 분유가 폐기된다면 공장장의 평가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장장의 지시와

연구실의 부합으로 악성 바나나맛우유가 나오는 폐단이 발생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결과는…..


모든 식품에는 그 맛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

단 맛, 풍미, 향, body감이라고 하는 mouth feeling, 원료 자체에서 오는 맛 등.

더 쪼개어 보면 원료의 종류에 따라 단 맛도 설탕, 과당 등 처음에 확 올라오는 단 맛, 뒤로 길게

끌면서 나는 단맛, 향도 딱 끊어지는 것, 은은하게 남는 것 등등 차이가 많이 난다.

완성된 제품일수록 그 모든 것이 조화되어서 최종 제품으로 나오는데,

그 중 어느 하나라도 바뀌면 잠깐은 비슷하다고 느껴도 계속 먹는 사람에게는

결국 그 차이가 느껴지게 되고, 어느 순간엔 가 그 제품을 더는 찾게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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