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흔들린다. 방송 시작 직전에는 마음속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불안이가 날 조종하는 것처럼 떨린다. 잘하고 싶다, 잘해야지, 잘할 수 있을까? 부담감, 책임감이 머릿속을 마구 흔든다. 짜릿함과 괴로움 사이에서 왔다 갔다 줄타기를 하는 동안 약속된 시간이 되면 예외 없이 방송은 시작된다. 이 흔들림을 잘 조종해야 한다. 에너지로 활용하면 사람들의 귀를 당기고 눈길을 잡아끌어앉힐 수 있다.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흔들림이 나를 집어삼킬 때도 있다. 말을 더듬고, 손이 떨리기도 한다. 몇 년을 해도 방송 중에, 특히 시작하고 난 직후에는 카메라가 없을 때처럼 여유롭거나 편한 느낌을 가진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흔들림이 나를 압도하는 동안에도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방송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방송이 끝날 즈음이 되면 항상 어리둥절해진다. 벌써 끝날 때가 되었나?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어떤 방송을 해도 똑같다. 방송뿐 아니라 마이크를 들면 늘 그렇다. 마이크 앞에서 긴장감과 싸우다가 시간이 약간 지나면 그 내용에 빠져들었다가, 예상과 다른 상황이 생기면 다시 긴장했다가, 주어진 시간이 끝나갈 때쯤엔 끝나기도 전부터 벌써 아쉽다. 아, 벌써 끝나가네. 확실히 이 일은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마이크를 드는 일을 빼고 보면, 나는 뒷심이 부족한 편이다. 배우다가 그만둔 것들이 더러 있다. (예를 들어 각종 운동, 식단, 모임, 한자자격증) 하다가 보면, 거의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하기가 싫어지거나 흥미가 떨어진다. 그래도 끝까지 해내는 근성이 끈기인데 뒤로 갈수록 그 힘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계속하고 싶은 것, 아무도 성과를 내놓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더 잘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성장하라고 채찍질하게 되는 것, 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 긴장감 때문에 도망치고 싶다가도 끝날 땐 항상 아쉬워 질만큼 재밌는 것. 그것이기에 무언가 포기하거나 잃어버리면서도 마이크와 그것을 쟁취(?) 하기 위한 시험을 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어마어마한 쾌락추종자일지도 모른다. 그 흔들림이 괴로우면서도 짜릿하니까 또 하고 싶다. 언제나 평가와 저울질의 대상이 되면서도, 이것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자주 주저앉는다. 냉혹한 평가가 나 자신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일 때 나의 한계 앞에서 자괴감과 실망을 느낀다. 냉정한 평가가 감정적으로 서운하고 야속할 때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 결과와 그에 따른 감정은 내 안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나는 자주 주저앉지만 늘 어깨를 두드려주고 그 감정들을 소화시키거나 떨쳐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퇴사하고 이직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늘 내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도 있었다.
나는 흔들려도 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더 나은 나, 더 잘하는 나를 만들고 싶어 하는 동력이 내 안에 있다. 시간이 사라져 버렸나, 싶을 정도로 빠져들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엎어져 있을 때 다시 일으켜주는 존재가 있다. 포기했거나 얻을 수 없었던 다른 가치와 비교해 볼 순 없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했던 많은 선택들이 지금의 내게 남겨놓은 것들을 잘 껴안고 오늘도, 일단 계속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겠지.
내일은 되겠지 오늘은, 일단 킵 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