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

by 호이

오늘의 신청곡 : 맹그로브


더듬거리며 발견한 무엇이 수면 아래 잠겨있고

머뭇거리다 갈급한 마음에 숨이 차오를 때엔


너와 내가 연결돼 있잖아

조금도 두려울 것 없다


곡 윤하 / 작곡 작사 윤하




사유서: 번이나 쓰려고 했는데 커서만 노려보다가 시간만 죽였습니다. 안 써져요. 생각들이 뒤죽박죽 떠다니기만 하고 글자로는 안 나와서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쓸만한 별다른 생각이 없다는 거야?라고 물으신다면 말할 수 있는 생각은 없으니까 없다고 해야 할까요, 떠다니거나 잠겨있는 것들은 많은 것 같으니 있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하느라 잠은 안 오는데 생각을 적은 글은 한 편도 못쓰겠다고 하면 쯧쯧, 혀를 차시려나요.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나 쓰기로 해놓고 지키지 못했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해가 되도록 정리하거나 흥미롭게 읽히는 것을 포기하고, 서사나 인과도 버리고 적어볼까 합니다. 발행 취소가 안 되는데 이런 글을 남겨도 될까, 싶지만 한 번 주저앉고 나면 완전히 내버려 두게 되어서 더는 이어가지 못하고 그만둔 일들이 생각나서요. 이렇게라도 뭐라도 내놓고 '이건 다음 글들을 위한 글감이다', '쿠션 글'과 같이 어처구니없는 명분은 추후에 스스로에게 부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SNS를 보다가 우연히 누군가 손글씨로 줄공책에 적은 글을 보았는데요. 우리들의 힘듦은 누군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덜어진다고요. 그걸 읽고 있으니 누군가가 힘듦을 알아주고 안아줄 때, 혼자서 감당했을 때보다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리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힘든 걸 아는 사람이 있으면 왠지 더 서럽게 느껴지지 않던가요? 뿌앙 더 크게 서러워하는 과정이 힘듦이 덜어지는 과정인 걸까요. 그 힘듦은 나 외에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희석되어 조금은 사라지나요. 내 힘듦을 알아봐 준 사람이 그 힘듦을 덜어서 가져가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ㅡ 버텨 본 경험과 기억으로 또 버틸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적응이죠. 그렇지만 버티는 일에도 문턱치가 있어서 일정 값이 넘으면 모든 것을 허무는 시간이 찾아오게 되나요? 허문 자리에 새로운 버팀을 세우게 되는지, 그 자린 폐기하고 공터가 될지. 아니면 버팀에는 한계가 없어서 점점 더 잘 버티게 될지도 모릅니다. 버팀의 고수가 되는 거죠.


ㅡ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 종종 저를 외로움으로부터 끌어올려주지만 다시 두려움으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와이파이 연결만 끊겨도 얼마나 불편한지 아시죠?'연결되어 있음'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음을 경험해야 함'을 전제한다고 생각합니다. 와이파이가 끊겼을 땐 불편함과 답답함으로 상황도 감정도 설명할 수 있지만, 사람과의 연결은 그렇게 안 되니까요. 그렇지만 누군가와 충분히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주는 대체불가함을 경험한다면, '연결 끊김'에 대한 위험성은 기꺼이 감수하게 니다.


ㅡ '좋아진데 이유가 없다'면 '싫어진데도 이유가 없을' 수 있겠죠. 두 문장이 모두 참이라고 가정하고, 그래도 이유를 찾아보고자 노력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것들을 무한정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이래서 좋아졌나? 저래서 좋아졌나? 말하는 사람도 아마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미 다 좋으니까요. 그럼 싫어진데 붙일 이유는 잘 찾을 수 있을까요? 주변에 누군가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왜 만나냐고 묻진 않지만, 헤어질 땐 왜 헤어졌냐는 물음을 하곤 하잖아요. 대부분 이유를 말하지 않던가요. 그 이유가 정말 이유가 되는지 스스로 확신하기 려울 수는 있지만 내면은 알고 있겠죠. 말하지 못하는 것거나 인정하지 못할 뿐이죠. 그래서 '이유 없이'는 너그럽지만 때론 잔인하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문장이 모두 참일수는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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