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by 호이

오늘의 신청곡: 좋아


다 좋아 니 모든 것이 좋아

너와 함께라면 즐거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져

난 니가 필요해


곡 박재범 / 작곡 박재범, Chase Vincent Malone / 작사 박재범




야구팬인 친구를 따라 야구장에 갔다가 어떤 선수의 응원가 개사된 이 곡을 크게 크게 불러보게 된 것이다.


정 야구팀을 응원한다기보다 경기가 진행 중인 야구장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팀 팬이든 나를 야구장에 데려가준다고 하는 이의 팀을 그날만 응원한다. 일회용 팬이랄까. 처음엔 야구장에서 먹는 음식이 다 맛있어서 좋았다. 왜 야구장에서 먹으면 다 맛있지?


가보기 전에는 치킨과 맥주가 야푸(야구장 푸드)의 정석이고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착각이었다. 포장해서 가지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음식도 야푸가 될 수 있었다. 해본 적은 없지만 어떤 야구장에는 아예 응원하면서 조리를 할 수 있는 응원석도 있다고 들었다. 구워 먹고 비벼먹고... 야구팬들은 열정만큼 먹성도 대단한 것 같다. 주로 수비할 때는 앉아서 막 먹다가 우리 팀이 공격할 시간이 오면 들고 있던 음식을 툭툭 내려놓고 비장하게 일어서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나도 그동안 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어봤는데 컵물회(먹기 쉽게 음료 컵처럼 길쭉한 용기에 담아준다), 김밥과 닭강정, 육회, 만두, 삼겹살에 김치말이 국수(의외로 야구장 안에서 판매한다), 감자튀김과 과자 등 어떤 음식도 그 음식의 맛에 집중하면서 음미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맛있다. 씹으면서 안타를 외치고, 일사불란한 응원 동작을 따라 하면서 마시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부르다. 일반인인 내 느낌에 야구장에서 먹는 음식맛은 소풍에 가서 먹는 김밥맛과 비슷하다. 야근하면서 먹는 김밥맛과 소풍에서 먹는 김밥맛을 비교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결이라고 할까.


그냥 언뜻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멜로디와, 개사해서 아예 처음 듣는 응원 가사도 어느 순간 따라 부를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첫마디를 크게 외치며 부를 때 잠깐동안만 귀를 열고 있으면 바로 다음 마디부터는 나도 부를 수 있다. 그 단순한 반복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구든 소리를 얹을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노래. 그렇지만 그렇게 모인 제각각의 소리가 한 마음으로 통한다는 게 멋지다.


안타를 외칠 때는 오른편 위를 향해 팔을 뻗고, 선수 이름을 외칠 때는 왼 편, 경기장 쪽으로 팔을 뻗는 동작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나름의 규칙성이 있다. 이 모든 걸 따라 하다 보면 정말로 그 순간에 내가 간절히 바라는 건 지금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가 공을 잘 던지기를, 혹은 서있는 타자가 안타를 치는 것밖에 없어진다. 그렇게 단순해지는 시간이 좋다. 간절히 외치는 그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9번의 이닝이 진행되는 동안 종종 이루어진다. 혹시 오늘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대도 바로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는 정도의 간절함. 아주 가까이에 있고 곧 이뤄질 희망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경기 후반부가 되면 깜깜한 바깥과 환한 경기장 안의 대비가 확연해지는데,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그 느낌도 마음에 든다. 까만 저곳에서는 도로 위의 차들이 줄을 이어 서있고, 환한 여기에는 똑같거나 비슷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의 모습으로 모여있다.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선수를, 팀을 응원하는 걸까? 퇴근하고 늦게 합류하는 것 같아 보이는 직장인, 어린 아기를 데려온 부부들, 이 모두는 어떤 운명적 계시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어쩌다가 이 팀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 팀의 승리가 이들에게 얼마큼의, 어떤 종류의 행복함과 만족감을 주는 걸까? 일회용 팬은 알 수 없는 그 마음을,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 같아 보이는 그 속에서, 함께 느낄 수는 없대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경기에서 이기면 세상을 다 취한 듯이 만족해하고 지면 아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다음 경기를 위해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좋다. 수많은 횟수의 경기를 하는 스포츠여서 괜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책임(?)과 고통 없 쾌락만 허용되는 일회용 팬은 그날 이기면 기쁘고, 져도 고통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과 하나 될 수 없지만 순수하게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이 응원곡의 가사처럼 함께라 즐겁다. 자주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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