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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초이 Aug 22. 2019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달팽이의 고통

 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비 소매 안으로 빗방울이 흘러들어와 팔목을 차갑게 적셨다. 우산을 썼는데도 빗방울이 툭, 속눈썹에 비를 맞았다. 우산에 구멍이 났나 올려다봤다. 그리고 물웅덩이를 피하려는 순간,


 '밟을 뻔했어!!'


 운도 좋다. 나는 그 운 좋은 달팽이를 조심스레 집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엄마! 달팽이 데려왔어!"


 베란다에는 얼마 전 놓아준 거북이용 어항이 있었다. 나는 돌멩이에 물을 뿌리고, 달팽이를 올려놓은 다음, 냉장고에 있던 상추를 두 장 깔아 주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만히 있더니, 어느새 상추를 갉아먹고 있었다.


 밤새 비가 왔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달팽이를 확인했다.


"없어!!"

 없다!  달팽이가 없어졌다!


 언제 탈출을 한 거지? 혹시 그새 죽어서 먼지가 되어 사라졌나? 겁이 났다.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달팽이를 찾아야 했다. 엄마가 알게 된다면 이렇게 잃어버릴 걸 왜 데려왔냐고 할 테니까. 나는 바닥 타일 사이를, 화분 잎사귀를 뒤지다가 빗방울로 얼룩얼룩한 창문에서 그 녀석을 찾아냈다.


 달팽이는 그 미끄덩하고 끈적이는 몸을 유리창에 찰싹 붙이고 있었다. 이대로 껍데기를 들었다가는 뾱 하고 껍데기가 빠질 것 같아서, 나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했다.

 



 -너 뭐해?

 -달팽이

 -달팽이가 탈출했어? 얼른 집어서 다시 넣어

 -안 돼.

 -얼른, 그게 다른 데로 가서 죽으면 찾지도 못해

 -못 해.

 -왜?

 -왜냐면 달팽이가 아프니깐.


 딸은 창문에 붙어 있는 달팽이를 떼지 못했다. 아플까 봐 못 뗀다는 그 말이 엄마는 너무나 소중해서,


 포스트잇에 그 말을 그대로 적어, 달팽이가 있던 자리에 붙여 놓았다. 내 아기가, 아기만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 같아서 엄마는 그 순간 벅차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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