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유산 (7월 9일-8월 12일)
만 33세에 드디어 임신을 결심하고 바로 성공해 들뜬 마음으로 5주 차에 양쪽 부모님께 알렸고 너무나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뿌듯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며칠 후 평소처럼 생리를 했다. 두려운 마음에 급히 병원을 방문해 피검사를 하고 유산 판정을 받았다. 내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는지 고맙게도 의사 선생님께서 주말임에도 나에게 직접 연락해 유산 확정을 알리고 위로를 해주셨다. 맥이 빠지고 슬펐지만 자책하지 않고 생리가 늦은 것이나 비슷하다 생각하며 며칠 만에 털어낼 수 있었다.
두번째 유산 (11월 30일-)
첫 유산 이후 바로 임신을 몇 번 시도했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던 중에 여행을 다녀오고 임신을 확인했다. 술도 조금 마셨고 며칠간 심한 식중독까지 겪었음에도 임신인 것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5-6주가 지날수록 작지만 임신 증상들도 느꼈다.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식사를 제때 하지 않으면 어지럽고 기운이 빠져 외출을 할 때는 간식을 꼭 챙겼다.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해져서 업무가 너무 버거웠다. 가슴도 아팠다. 전보다 대변보는 것도 어려워졌다.
병원의 추천에 따라 8주 차에 병원을 처음 방문해 초음파를 받았는데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아 유산이 의심된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임신이었기 때문에 다음 주에 한번 더 검사해보자는 아리송한 말과 함께…
처음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내가 예상한 상황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회사 업무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시간으로 병원 예약을 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깨고 갑자기 슬픔이 밀려와 펑펑 울었다. 그다음 날 아침에도 너무 슬퍼져 또 한바탕 울었다.
짧은 임신기간 동안이지만 아기를 기대했던 마음은 나도 모르게 계속 키워온 것 같다. 매일매일 아기가 얼마나 커가는지 확인했던 과정들. 내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낯선 변화들을 이해하던 과정들. 나름 태교 동화를 읽고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 레시피를 찾아 요리했던 노력들. 디자인에 끌려, 한편으로는 나를 위해, 주문한 아기용 팝업 동화책들. 아기가 크면 보여줘야지 하고 쓰기 시작했던 임신 일기. 가족들에게 임밍아웃 할 예정일을 계획해 달력에 적은 날짜들. 산책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뱃속의 아기에게 한 두 번 말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갑자기 모든 게 다 멈춰버렸다.
이제는 유산, 계류유산, 습관성 유산, 소파수술 등등을 찾아보고 있다.
의사가 다음번 예약을 잡으며 아직 유산 확진을 하지 않았음에도 집에 와서 내 가슴의 땡땡했던 통증이 싹 사라져 버리고 몸이 임신 전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끼며 유산을 몸으로 확신하는 것 같다.
내일 2차 초음파를 받으러 간다.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일에 정신이 팔려 별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일이 끝나고 나니 문득 너무 불안하고 슬프다. 눈물이 하염없이 줄줄 나온다. 불확실한 이 상황과.. 결과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 짧은 기간 동안 두 번 연속 유산이라는 것에 대한 충격. 일은 또 어떻게 할지. 그냥 모든 게 버겁게 느껴지고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울창한 숲 속의 오두막에서 적어도 세 달 동안 그냥 푹 쉬고 싶다. 매일 비슷한 일상과 회사생활을 하며 유산과 그 다음의 과정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