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는 방식

가을 양말

by 살믄녀행

점심시간


회사 동료들과의 식사를 거절하고


사무실을 나선 걸음은


근처 강변 산책로를 향한다.


구름 없는 하늘의 볕은 따뜻하고


더 이상 그늘을 찾지 않는 걸 보면


가을이 참 갑작스레 왔구나 싶은 생각이다.



이맘때 즘이면


여행스케치와 이문세, 이적의 노래를 찾는다.


스스로 무드를 만들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


적절한 노래만큼 도움 되는 건 없다.


강변 산책로에 도착 전까지 노래를 틀지 않고


강이 보이고 강바람을 느낄 때쯤 골라놓은 노래를 재생해야 한다.


이문세의 '세월‘ 을 시작으로


여행스케치의 ‘옛 친구에게’를 들으며 강변을 걸으면


슬슬 무드가 완성되어 간다.



눈여겨봐 둔 인적 없는 벤치를 목적지로 걷는다.


아무도 없기를 바라며


아직 무드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인기척이 방해가 되는 아마추어인지라


종종 가을 타기 적합한 곳들을 미리 찾아놓곤 한다.


역시 아무도 찾지 않는 허름한 벤치는 비어있고


강을 바라보고 앉아 다음 노래를 찾아놓는다.



강승원의 ‘나는 지금‘을 벤치에 앉아 듣늗다.


문득 오늘 입은 바지와 신발의 색깔이


갈색 줄이 들어간 아이보리 양말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가을이란


어울리는 양말 색깔을 보며 기분 좋아지는


그런 계절이랄까.



‘나는 지금’ 노래 가사를 곱씹으며


떠나보낸, 그리고 떠나가버린 것들에 생각이 머문다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점점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다 두르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견고하게


울타리를 보수하는 듯


점점 더 견고해지는 울타리.


울타리 밖에 것들은 내가 내놓은 것도 있겠고


내 뜻이 아니지만 경계 지어진 것들도 있을 텐데


그것들이 아쉽고 그리워지더라도


높아진 울타리를 넘을 생각을 못하는 것인가


이게 나라는 사람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생각이 깊어지고


감정이 더 오래 머무는 것을 보니.



가을은 내려오는 길.


좀 더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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