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인생
내 고향 대전에는 은행동, 으능정이라고 하는 구도심 번화가가 있다.
한때 쇠퇴하기도 하였고 지금은 대전의 명물 성심당 덕분에 유명세를 얻은 곳인데
나의 학창 시절에는 많은 대전 사람들이 찾는 쇼핑과 먹거리, 놀거리의 중심지였다.
그곳에 '보통사람들'이라는 오래된 분식집이 있다.
은행동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 가족이 가장 자주 식사하던 곳이었다.
두꺼운 원목 테이블은 물기를 머금은 것처럼 끈적했고
나무였던 걸로 기억하는 벽면에는 식당 이름처럼
보통 사람들의 사연들이 빼곡히 낙서되어 있었다.
김치우동, 돌솥비빔밥 같은 보통 사람들의 메뉴가 주였고
이곳은 나에게 특별하지도 열등하지도 않은 보통의 선택지이자 보통의 기억이었다.
삶을 살아가며 보통의 삶에 애정을 느끼게 된다.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않은 보통.
영화 속, 소설 속 이야기에서도 비범하지 않은 보통의 인물에 감정이 더 이입됨을 느낀다.
이를테면 슬램덩크 속 안경선배라던가
프로듀스 101의 픽 미 무대 밖 소녀들이라던가.
서태웅, 윤대협 같은 천재성도
채치수의 힘과 신장, 송태섭의 스피드 같은 피지컬도 없지만
보통의 우리가 노력으로 다다를 수 있을 정도의 실력.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그 시간을 보낸 그의 스토리에 울림을 받고
평가점수로 등급 매겨진 순서대로 좋은 위치에 서고 더 많은 카메라를 받는
픽미라는 곡의 단체무대 속에서
등장이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가장 늦게 나와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무대 아래에서 가장자리를 두른
주인공을 위한 컷에 배경처럼 등장하는 소녀들에게
눈이 아닌 마음이 더 가게 된다.
슬램덩크의 안경선배도
픽 미 무대 아래의 소녀들도
주인공은 아닐지언정
그 순간들이 본인 인생을 빛나게 한 하이라이트가 된 순간이었기를 바란다.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각자의 인생에서
내 사람들에게 굿잡, 웰던이라고 인정받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내가 그러한 삶을 살고 싶어서.
이러한 삶이라면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삶도 꽤나 멋지고 빛나는 삶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