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빠

아빠가 된 후 아빠에 대한 생각

by 살믄녀행

누군가 내게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당신의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입니까? 나쁜 아버지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나라면 아마도


나의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이자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습니다.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내가 아버지의 생을 보며 가장 존경하는 점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가난한 집 장손이자 불편한 몸 때문에


평생을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왔지만


단 하루도 게으르지 않았다.


어떠한 풍파에도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감은


아버지의 고된 삶에 대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 기둥 덕분에 우리 가족 또한 가난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또한 아빠는 자식이 본인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해 존중해 주었다.


한 번도 자식 인생을 본인의 가치와 판단으로 주무르지 않았다.


항상 나와 동생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아버지를 설득했고


아버지는 우리 의견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많은 고민을 했을 자식을 언제나 믿어주었다.


부모의 신뢰라는 기둥은 나와 동생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아빠는 엄마에게는 기둥이 되어주지 못했다.


자식에게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엄마에게는 독단적이었다.


그리고 감정적 의지가 되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아빠 삶의 어두운 부분을 엄마에게 쏟아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우리는 항상 엄마가 안쓰러웠다.


그래서 좋은 아빠였지만 엄마를 보며 아빠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아빠가 되고 난 지금


나의 아빠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참 외로웠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아빠의 삶은 고됬었지만


그 시절 그걸 나눌 사람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자식에게 나눌 수 없는 것들을


배우자에게는 나누고 공유해야 했겠지만


그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그저 혼자 가득 지고 가는 쪽을 택했고


나의 부모는 서로 외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이러한 관계는


자식에게 불안을 갖게 하는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그 시절 나의 부모는 미쳐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그 시절 아빠에게 버틸 기둥이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외로운 가장이 되는 것이 싫었다.


물론 아내에게 단단한 기둥이 되어주겠지만


나도 아내에게 기댈 수 있었으면 싶었다.


다행히 나는 너무도 좋은 사람을 아내로 만났고


착한 아내는 나보다도 날 지지해 주고 인정해 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이 감정적 응원이


나를 외롭게 할 틈조차 주지 않는 것 같다.


이 관계는 분명 내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좋은 아빠는 결국 좋은 남편이고


좋은 엄마는 결국 좋은 아내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묻는다면


나의 아버지는 좋은 아빠이자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지만


외로운 사람이었다고 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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