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버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억울하면 울고 슬프면 울고 화를 못 이겨 울고
나이를 먹어가며 눈물은 좀 줄었다지만
여전히 혼자 쇼츠를 보며 울고
버스에서 듣는 노래 가사를 곱씹으며 울곤 한다.
아빠에게 낡은 중고차를 선물 받은 어느 미국인 여성이 주인공인 쇼츠라던가
조용필 님의 노래 '걷고 싶다'의 가사가 유난히 마음에 꽂히는 날이라던가
그럴 때면 남몰래 붉어진 눈을 숨기고는 하게 된다.
또 하나의 눈물 버튼은 결혼식이다.
자세히 말하면 결혼식 때 우는 신랑 신부의 부모님을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특히 딸을 키우고 나서는 신부 아버지들의 눈물 참는 모습을 보면
사연 있어 보일까 봐 눈을 부릅뜨고 눈물 참기 바쁘다.
지난 토요일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앞머리 한껏 올린 친구의 넓은 이마 때문에 웃겨서 방심하던 중
신부가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입장 전부터 신부가 울먹이네.
1차 위기
자리도 버진로드의 시작점 바로 옆에 서있어
사연 있어 보일까 봐 꾹 참았다.
옆에 서있는 신부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는
2차 위기
우는 신부 손을 다정히 잡고 손을 흔들흔들 달래주는
신부 아버지의 표정은 본인 또한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고 눈을 크게 부릅뜨고
아 이거 크다... 대위기다.
눈물이 터질 뻔 한 찰나
트로트 등장곡에 울먹이는 신부와 신부아버지의 율동에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가벼운 율동 후 신부 입장이 시작되고
신부 아버지의 걸음걸이에서 결국
눈물이 나왔다.
그동안 가 본 결혼식의 신부 입장과는 다르게
신부 아버지는 신부 손을 꼭 잡고
딸만 보고 걸었다.
혹여나 딸 드레스를 밟을까 싶었는지
괜히 마지막인 것 같은 딸 모습을 눈에 더 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꽃게 걸음처럼 옆으로 걷다시피 하는 신부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이 터졌다.
아버지가 딸에게 사랑을 정말 듬뿍 주었구나 라는 게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아버지와 귀여운 율동을 하는 딸의 얼굴도 어색함이 전혀 없었고
저들은 평소에도 저렇게 사랑스러운 부녀지간이었겠구나 싶었다.
나도 저런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딸에게 넘치는 사랑을 갖는 것을 넘어 아낌없이 주고 표현하는 아빠가.
마음속에 넘치게 갖고 있는 사랑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티 나게 듬뿍 쏟을 수 있는 아빠이자 남편이 되고 싶다.
수많은 하객들이 바라보고 있는 격식을 차리게 되는 결혼식 같은 자리에서도
내 사랑하는 딸만 바라보는 아버지가 너무 멋져 보였다.
그러고 보니 결혼식 처음 혼주 입장할 때도
신부 부모님은 귀여운 율동을 나누며 입장했는데
그때도 그들의 표정은 어색함이 전혀 없었지 참
참 귀여우신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사랑스러운 부부지간 같아 보였다.
사랑스러운 부부지간에서 사랑스러운 부녀지간도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우선이겠지.
아내와 듬뿍 사랑하면 그 사랑이 넘쳐 내 아이에게도 흐르는 거구나.
4살 되는 딸의 결혼식 장면까지 상상하다 보니
마지막 행진 순서가 되어버렸다.
행복해 보이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친구야 너 사랑 듬뿍 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