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쉬고 있는가?

by 한원재

휴식의 본질은 몸이 입은 대미지를 회복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여 앞으로 있을 스트레스, 충격 등에 대비하도록 근육을 회복시키고 뼈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간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주말에 푹 쉬고, 월요병을 앓는다. 연휴가 끝난 다음날은 그 우울감이 배가된다. 나는 연휴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일을 해볼까? 하고 아침에 힘차게 일어나는 직장인을,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좁은 식견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한국인들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월요병을 사자에상 증후군이라 부른다. 사자에상은 1969년 방영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주 일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7시까지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사람들이 사자에상을 보는 장면을 상상한다. 일요일 저녁시간의 애상감과 우울감이 가라앉는 저녁노을과 사자에상. 일본인들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풍경이리라.


일본에서는 골든위크가 끝나고 5월 병이라는 병이 돈다. 본래 이 용어는 일본의 단카이세대가 입시 전쟁을 치르고 4월 한 달의 대학 생활을 지나, 골든위크의 휴식기를 거치고 당시의 대학생활에 대한 허탈감을 표현한 사회 용어였다. 지금은 이 용어가 골든위크 이후의 무기력감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이 시기에는 대거 퇴사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현상에 힘입어 퇴사 대행업체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과 휴식의 밸런스에 대해서 항상 얘기하지만 우리는 사실 밸런스를 고민할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 휴식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노동시간은 절대적으로 많다. 버트란드 러셀은 <게으름의 찬양>에서 4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를 역설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휴식과 여가시간에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선한 본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 선한 본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노동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 신경쇠약과 불안이 없는 사회여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가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위해서 서로를 착취하고 다투곤 한다. 모두 너무 성실히 살고 있다. '나는 이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며 타인을 탓하고 나무란다. 인간은 인간을 위해 일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일터는 전쟁터이다. 매번 다치고 찢어지는 마음은 아물 시간도 없이 반복된다. 이 경우 휴식을 취해도 영구적인 손상은 낫질 않는다. 휴식과 회복을 통해 단단해져야 할 상처는 가라앉지 않는 염증 반응과 함께 감염을 일으킬 뿐이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긴 노동시간과 낮은 급여, 양질의 일자리의 부족과 같은 사회 문제를 거론하며 사회를 탓하는 것은 절망에 빠져 있을 당장 내일 아침의 나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일하고 싶은 직종과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남은 것이 이것밖에 없어 지옥철에 몸을 실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성실함과 근면 성실함을 버리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하루 9시간의 직장. 출퇴근 시간을 합하면 12시간을 직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시간을 보내며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채워나가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평균적인 노동시간에 비해 우리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휴식시간은 부족하다. 주말의 끝에 들어서면 벌써 다음날 이어질 업무가 걱정된다. 내가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며 꿈꾸었던 미래가 고작 이런 인생은 아니었는데 하며 삶을 어두운 후회로 물들이는 밤이 찾아온다. 그러나 고통에 몸부림치며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당장 끊어내지 못할 삶이라면 살아가야만 한다. 스스로의 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까지 나쁜 삶도 아니다.


일반인이 마라톤을 뛰면, 한걸음 한걸음에 최선을 다해서는 완주할 수가 없다. 언덕을 만나면 조금 페이스를 늦추면 된다. 힘든 코스가 나오면 조금 더 천천히 달리면 그만이고, 힘을 빼고 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아무리 엘리트선수라도 초반부 페이스를 잘못 잡아 엉키게 되면 완주도 불가능한 것이 마라톤이다. 인생이 각자 목표가 있는 마라톤이라면, 매 한걸음 한걸음에 모든 전력을 쏟아내서는 안된다. 어쨌든 한발을 내딛자. 힘을 빼고 가볍게 가볍게, 그렇게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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