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은 마라톤 시즌이다. 그중에서도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내는 중요한 대회로서 오사카 마라톤, 도쿄 마라톤이 개최되었다. 마라톤 중계를 보다 보면 그 치열한 경쟁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엘리트 선수들이 힘차게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멋지게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저들이 뛰는 2시간여의 시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응원하고 싶어진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주세요. 하고 마음 깊숙이 응원한다. 바라보고 있자면 나도 달리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충실히 되기도 한다.
이번 도쿄 마라톤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청하게 되었다. 오전 9시, 휠체어 마라톤이 출발하고 10분 뒤 마라톤 선수들이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초반부, 선두 선수들의 표정은 아직 여유롭다. 호흡도 정상으로 보이고 뛰는 자세에 흐트러짐도 없어 보인다. 이들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신주쿠 도쿄도청 앞에서 우에노에 진입한다. 10km의 반환지점을 30분 만에 돌파했다. 조금이라도 달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괴물인지를.
하지만 25km, 30km 지점을 넘어서기 시작하며 선두 선수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뒤쳐지고 따라 잡히고, 중도에 멈춰 서고 만 선수들도 많았다. 얼굴에는 피로가 보이고 숨이 차오르는 모습. 35km 지점부터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는 구간이다.
이번 도쿄 마라톤에서 우승한 케냐의 타데세 타케레 선수는 2시간 3분 22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평균 1km당 2분 56초로 달리는 속도이다. 시속으로는 약 20km로 계산된다.
일본 선수 중에서는 10위로 들어온 이치야마 츠바사(市山 翼) 선수가 2시간 5분 58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과거 이봉주 선수가 세운 한국 최고기록인 2시간 7분 20초의 기록보다도 1분 22초가 빠른 기록이다. (안타깝게도 이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한국 마라톤'의 최고기록이다.)
1위와 10위라는 성적은 굉장히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육상종목에서 분단위로 기록이 나누어지는 경기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0.01초 차이의 치열한 경기들이 더 많다. 반면 마라톤은 영화의 러닝타임보다도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스포츠이다 보니, 중계를 보고 있다 보면 일등이 들어오고서 한참 뒤에야 다음 주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1위와 10위 성적을 정말로 비교해 보면 이들의 단 한걸음은 정말 미세한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시간의 매 순간의 작은 한걸음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시간 3분 22초의 기록과 2시간 5분 58초의 차이는 100미터 경주로 환산했을 때 0.37초의 차이에 불과하다. 엘리트 선수의 100m 시합이라면 명백하게 큰 차이겠으나, 우리 일상의 0.37초의 시간은 제대로 의식하지도 못한 채 흘러가는 아주 찰나의 시간이다. 단 한 발자국의 시간이다. 이들은, 매 순간순간 아주 치열하게 작은 시간을, 한 걸음 한 걸음을 쌓아가는 중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마라톤 경주가 정말로 흥미롭다. 2시간여의 싸움이지만 매 순간이 정말로 치열하다. 이들의 격차는 1km당 겨우 3.7초가 벌어질 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말 그대로 세계의 벽처럼 느껴지는 굉장한 결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빨리 달릴 수는 없다. 일반인은 5시간 안에 완주해서 들어오기만 해도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서브-4 그러니까 4시간의 기록이 웬만한 러너들이면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 될 것이다. 우리의 기준에서,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생각해 보자. 우리 스스로가 5시간의 주자이고 4시간 안으로 마라톤을 달리고 싶다면, 마라톤을 완주하여 어제의 나를 넘어서고 싶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이다. 1m, 단 한걸음을 1초만큼만 빨리 달리는 것이다.
큰 목표가 생기면 자꾸 목표의 전체적인 모습만 보게 된다. 4시간이라는 시간은 정말로 엄청 긴 시간이다. 그 목표만 보고 가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방향을 잡기 위해 가야 할 곳을 쳐다보고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당장 한 발자국을 옮겨야 그곳으로 갈 수 있다. 지금 한 걸음 내딛는 나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다. 매 순간 작은 변화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높은 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