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되새겨보다.
장애인의 날을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매년 4월 20일. 바로 오늘이 장애인의 날입니다.
어떤 것을 기념하는 날이 있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국군의 날이 대표적입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에는 전 군에서 맛있는 특식이 제공됩니다. - 지금까지 이어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20년 전 제가 의무복무를 하던 그 시절은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의 위한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날이 되면 주인공을 기억하고 축하하고 선물도 주지요.
우리나라에 장애인의 날이 처음 생긴 것은 1981년입니다. 물론 그전 10여 년 전인 1972년부터 민간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개최해 온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공식적인 국가 지정 기념일이 된 것은 1981년입니다. 1981년 UN총회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이를 전 세계 회원국에게 알려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진행하도록 권장하였는데, 이 권장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의 날을 ‘제1회 장애인의 날’로 지정 선포한 것입니다.
장애인의 날이 4월 20일이 된 것은 또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1년 열두 달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솟아나는 계절이라 4월이 선정되었고(장애인도 이 계절의 힘처럼 재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뜻) 20일이 된 것은 4월의 다른 기념일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여하튼 4월 20일이 법정 기념일이 되었고 올해로 제43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특수학교에 근무하기에 장애인의 날을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군의 날의 국군과 어린이날의 어린이처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어떻게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되지요. 오늘을 보다 특별하게, 오늘은 다른 날 보다는 행복하게 말입니다. 오늘은 TV채널 어디를 틀어도 장애이해, 또는 편견 극복 등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나 자칫 이런 ‘날’에 집중하는 것이 주인공에게는 씁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보육원 아이들이 느끼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좋지만 좋지만은 않은. 물론 저도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분명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일 년의 하루가 아니라 매일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를 기억해 달라는 뜻이겠지요. 서울 지하철에서는 오늘도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오늘만 봐준다.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니까’가 아니라 매일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나‘를 기억해 주면 어떨까요?
물론 요즘은 인식개선이 많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20년 전 제가 첫 근무를 할 때만 해도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데리고 버스라도 타려고 하면 오래 걸린다고 대놓고 핀잔을 주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지금은 오래 걸려도 최소한 대놓고 핀잔을 주는 사람은 없지요. 하지만 그것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이 아니라 최대한으로 말입니다. 그냥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고 싶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 나와 너의 다름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그저 차이로 인정되는 사회 말입니다.
특수교사로서 4월 20일을 보내면서 느끼는 소회를 적어봅니다. 적어도 오늘을 그냥 넘기기는 싫었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기억하지 말고, 장애인인 나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말이 더 안타깝게 다가오는 오늘입니다. 당신의 오늘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