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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연변호사 Oct 05. 2022

변호사의 직업병




어떤 사람들은 내가 변호사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논리적이고 이성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말싸움을 하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직업병처럼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데.



나는 원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변호사가 되기 전에도. 내가 변호사가 되지 않고 회사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회사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변호사가 된 뒤 다투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매일 하는 일이 다투는 일이라서 그런지 내가 좀 손해보고, 그냥 잊어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다투기 위해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따라서 남편 외 누군가와 말싸움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여보, 미안).     



내가 생각할 때, 나의 직업병은 몸을 많이 사린다는 것이다.     



변호사 10년 해보니 세상에는 성격이 난폭하고 다혈질인,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내 기준에는 매우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남편이 운전을 하다가 경적을 울리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이 위험하게 운전을 하면 경적을 울리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곧장 “하지 마! 내버려 둬.”라고 이야기한다. 상대방의 위험한 운전이 있었지만 이것을 잘 피해서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그것으로 된 것일 뿐, 굳이 상대방에게 ‘너 왜 이렇게 운전해!’라고 알려줄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뒤쫓는다거나 내 차량의 앞에서 주행하며 일부러 급정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자동차를 세우게 한 뒤 폭행을 하는 사람들? 정말 많다. 창문을 내리고 욕설 몇 마디를 하는 것은 차라리 양반이다. 이들에게는 내가 왜 경적을 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이상한 사람들은 ‘네가 감히 나에게 경적을 울렸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길을 지나가다가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면 그냥 모른 척 지나가는 것이 좋다.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상대방을 노려보거나 ‘아씨’라는 말 한마디라도 하면 다툼이 시작되고 협박이나 폭행으로 이어진다. 최근에 했던 사건 중에는 술집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상대방이랑 부딪혀 시비가 붙었고 결국 양쪽 일행들끼리 싸워서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나는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일이 없다. 나는 아무리 순수한 의도, 혹은 아무 의도 없이 글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사이버 모욕, 사이버 명예훼손 등에 휘말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 일들이 있다. 조사 결과 무혐의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받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이미 치유될 수 없다.   


  

나는 아들들만 있다 보니 나중에 아이들이 성장하였을 때 어떻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다. 마음 같아서는 “스킨십을 하기 전에 꼭 ‘내가 스킨십을 해도 되겠니?’라고 물어보고 상대방이 ‘응, 해.’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에만 스킨십을 해라! 이것을 녹음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좋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남편은 나에게 ‘직업병’이라며 그렇게 일일이 물어보면 어떻게 연애를 하냐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억울한 사건들을 정말 많이 본다. 물론 나에게 딸이 있었다면 보디가드라도 채용해서 절대 혼자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고 혹시 연애를 시작한다면 불안함에 잠도 못 잘 것이다. 혹시 그 남자친구가 집착하지는 않는지, 때리지는 않는지 매일 물어볼지도 모른다(오늘 나는 데이트 폭력사건으로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를 만났다).     



적다 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이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아마 나는 직업상 그런 사람들을 더 자주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 이상한 사람들이 드러내 놓고 '나 이상한 사람이요'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 이상한 사람들과 엮일 수도 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몸을 사리시길!           




법무법인 여원 대표 변호사 박수연입니다.

법무법인 여원 (yeo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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