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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H Nov 15. 2019

에필로그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 끝을 맺기 아쉽다.


모르는 것투성이로 미국 땅을 밟기 며칠 전부터 내게는 짐작조차 못 할 기적들이 벌어졌다. 처음 숙소를 제공해준 캠프, 내 의지로 가지 않았던 미국 교회, 여름방학 동안 나를 받아준 교회 가족들, 대출받을 수 있게 도와준 분들, 법원 화단에서 도난당한 휴대폰을 찾아준 분 등의 에피소드는 살벌했던 로스쿨 생활 중간중간 들어온 빛줄기였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도착한 그곳에서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교수님, 친구들, 학교 사람들, 교회 사람들, 동네 사람들, 한국 사람들, 오피스 사람들. 기가 막힌 때에 우연으로 만난 사람들조차 귀한 인연이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기적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났던 로스쿨에서의 2년은 속성으로 신의 사랑과 인도하심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내게 익숙하던 안전한 곳을 떠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막에서 매일 구름 기둥만 바라보고 걸으며 하루하루 만나에 기대 살아야 했다. 물론 고기 먹고 싶다고 불평한 적도 셀 수 없지만 끝없는 은혜로 나는 로스쿨에서 살아남았다.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쳐난다. 넓은 곳에 가서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변한 것이 있다. 그 사람들의 배경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말에 감동을 받고 나도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그들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부모님께서는 꿈을 짓밟지 않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서 목표를 세우도록 격려하셨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도록 도와주셨다.


세상에 대해 알고 나니, 내가 볼 때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배경을 보게 되고 그러면 그들은 그럴만한 사람이었다고 인정하게 된다. 굉장히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거나,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살았다거나, 모든 것을 뒷받쳐 줄 배경이 있거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봤던 화려한 사람들은 그 화려함을 이룰 수 있을 만큼 특별함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이 넓은 세상에는 타고난 사람도 많고 특별한 사람도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을 보던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면 아주 객관적으로 부족한 내가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로스쿨에서의 발자취가 근거이고, 내 인생의 모든 걸음이 증거다.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사교육 없이 EBS로 공부했고, 대학생 때 처음 영어 문장 구조를 제대로 이해해서 옹알이처럼 영어 스피킹을 시작했고, 대학교에서 그 흔한 성적 장학금 한번 받아보지 못했고,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는 꿈만 꿔봤고, 정보에도 느려서 뭐가 뭔지 몰라 친구들에게 항상 물어봐야 했던 나는, 내 주변을 둘러싼 친구들에 비하면 항상 보잘것없었다. 이런 부족한 나를 어떻게 쓰시려고 이렇게까지 준비를 시키셨는지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로스쿨에서 힘들게 적응하며 살아남으면서 항상 했던 생각이 있다.


'이럴 거라고 누가 진작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모든 경험들이 다 소중했지만, 누가 미리미리 알려줬다면 나는 잘 대비해서 훨씬 더 잘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은 평생 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뭐든 간절했던 내게 적절한 때에 기적들이 나타났듯이 이 글이 누군가의 삶에 적절한 때에 적절한 도움이 되어 그 누군가를 위해 하나님이 보내준 선물로 쓰여지길 바란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저 대학 때 배운 대로 내가 경험하며 배운 것을 남에게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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