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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진양 Jun 01. 2020

8살 아들과 큐브 맞추기

아이들과 동네 서점에 갔다. 1학년 아이한테 필요한 수학 문제집을 사기 위해 들린 서점에서 적당한 문제집을 선택하기 위해 신중하게 한 권씩 비교하며 둘러보고 있었다. 내가 서점에 가서 둘러보고 있으면 아이들은 엄마한테 하나라도 사달라고 하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큰 아이는 주로 요즘 인기 있는 흔한 남매 책이나 게임할 때 참고할 마이 크래프트 책. 그리고 who책을 주로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서점에 가면 책 보다 다른 물건에 더 관심이 많다. 퍼즐이나 문구류 캐릭터 장난감 등등 책 보다 놀거리에 기웃거리는 편이다.


이 날도 어김없이 책을 고르고 있는 나에게 “엄마” 하는 소리가 들린다. 틀림없이 무언가 사달라고 할 게 분명했다. 이번엔 무엇인가 보았더니 큐브였다. 6살 7살 때도 몇 번 사달라고 해서 사준적이 있었다. 그런데 몇 번 돌려보다가 흥미를 잃고 장난감 통에 들어가 있다가 망가져서 버리곤 했다. 그래서 예전에도 많이 샀는데 뭐하러 사냐고 잔소리를 했다. 몇 번 이야기하면 웬만하면 포기하는 편인데 이번엔 포기하지 않고 사달라고 조른다. 고민하다가 이번에 사면 꼭 큐브를 완성하기로 아이와 약속을 하고 큐브를 구매했다. 집에 걸어오는 길에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아냈다.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를 찾아보며 1단계부터 차례대로 따라 해 본다. 처음엔 할만한 것 같더니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천천히 설명해주는 영상이 없다 보니 따라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영상보다는 옆에서 직접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먼저 맞춰보기로 했다.

R이 뭔지 U’이건 뭔지 들어도 하나도 모르겠고 사진에 있는 설명서를 보아도 헷갈렸다. 나는 암기하는 걸 특히 싫어한다. 암기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이과를 선택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왠지 모르게 꼭 성공해보고 싶었다. 인간은 반복하다 보면 손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습득이 된다. 그래서

하나하나 반복해서 해보았다. 처음엔 유튜브 영상을 보고하였는데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 사진을 찾아서 해보았다.  영상보다는 움직이지 않는 사진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맞는 것 같았다. 하다 보니 큐브의 위치도 눈에 익어가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나와도 공식을 반복해서 하면 되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1단계부터 4단계로 나뉘어서 설명을 해놓았는데 3단계까지 숙지를 했을 때 거의 다 왔다는 생각과 첫 큐브를 성공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붙들고 하다 보니 설명서를 보고 완성하게 되었다.






그다음은 설명서를 보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보지 않고 큐브를 돌리면서 혼자 해보았다. 하다가 막히면 잠깐잠깐 공식을 보았다. 그렇게 또 반복하다 보니 공식을 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었다. 눈에 큐브 위치들이 보이고 손에 익기 시작하니 맞추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맞추는 것을 보니 8살 작은 아들이 설명해달라고 내 옆으로 온다. 그래서 같이 한 단계 한 단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아이가 잘 따라오고 흥미 있어한다. 옆에서 틀리는 부분은 그때그때 알려주니 아이가 더 빠르게 습득을 한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아이도 처음으로 혼자 스스로 큐브를 완성했다. 성취감이 생기니 아이 기분도 꽤나 신이나 보였다.

마트를 갈 때도 들고 가서 맞추고, 집에서도 혼자 소파에 앉아 맞추고, 완성하면 나에게 보여주며 뿌듯해했다.

내 인생에 큐브를 맞출 일은 없다고 생각했고, 맞추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도전해보고 성공하니 꽤 재미가 있었다.

큐브를 맞추면서 새삼 다시 깨닫게 된 것은

인간은 여러 번
반복하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라는 것.


공식이 생각나기전에 손이 먼저  움직일 때 그 짜릿한 느낌이란... 이 맛에 큐브하는구나 싶다. ㅋ


36살에 처음 완성해본 큐브. 아이와 함께해서 더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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