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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Nov 27. 2020

미국 유타 Utah
어느 민박집 주인과의 대화

후손이 물려 받을 환경을 걱정함


나 : 쓰레기는 어따 버려요?
집주인 : 집 앞 공터 쓰레기 컨테이너에요.
나: 재활용은요?
집주인 : 같이 버려요.
나 : 그럼 이 유리병들은요?
집주인 : 같이 버려요.
나: 예?


이삼 년 전 친구들과 미국 유타 주 여행 중에 민박집에 며칠 묵었는데, 떠나는 날 아침에 주인 아주머니와 나눈 대화다. 기껏 이리저리 분리해 놓은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고 가라는 말에 기가 막혔다.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따지듯이 물었더니, 여기는 시골이라 아직 분리수거를 못 하고 있다고...


독실한 모르몬교도 애기 엄마가 문제를 자인하고 있고, 또 옆에 친구가 나보고 잘 난 척 고만하고 빨리 가자고 재촉해서 빈 유리병들은 차에 싣고 나머지 쓰레기를 (떨리는 손으로)한 방에 처리했다.


사실 미국 여행에서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유리병을 쓰레기통에 차마 못 버리고 통 앞에 세워놓고 온 적도 있다. 회사 일로 만난 미국 환경 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대개 한 가지다. 쓰레기 하치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 한꺼번에 싣고 가서 분리하는 게 싸게 먹힌다고 한다. 믿음이 잘 안 간다. 그러면 미국 시장에서 무한대로 담아주는 공짜 비닐봉지와 부엌 싱크대에서 갈아서 수챗구멍으로 내보내는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 생각에 미국은 아직 환경문제에 좀 둔감한 듯하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지...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유타 민박집 유리병들은 가지고 가서 그다음 행선지인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 분리 수거함에 밀어 넣었다.


그런가 하면, 네덜란드에서는 90 년대에 이미 쓰레기를 일고-여덟 가지로 나누어서 버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도 쓰레기 종량제를 고민했다. 쓰레기통에다 센서를 달아서 쓰레기차에서 한 번씩 들어 올릴 때마다 요금이 올라가는 방식도 검토했다고 한다( 채택은 하지 않은 걸로 안다.). 당시 혼자 자취하면서 까다로운 분리수거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모든 소비 행위에 앞서, '나는 지금 과연 어떤 쓰레기를 생산해 내고 있는가'를 자연히 고민하게 되었다. 근처 나라에 사는 동생네가 왔다 갈 때는 모아놓은 쓰레기를 몇 보따리씩 안겨서 보내기도 했다.






옆 사진은 얼마 전 제주행 비행기 타기 전 두 사람이 공항 빵집에 15분 정도 앉아 있으면서 만들어낸 쓰레기다. 코팅이 된 종이접시는 제주에서 돌아다니면서 몇 번 더 쓰고 버렸다. 


코로나 문제는 쓰레기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겨우 정착해 가는 다방의 사기 컵 사용을 일회용으로 되돌려 놓았다. 


음식과 상품 배달이 늘면서 포장재 쓰레기도 덩달아 늘었다. 실물 거래에서는 소매점까지 덕용德用 포장으로 운반하던 것을 이제 생산자가 일일이 낱개로 싸서 소비자에게 배달하다 보니 포장재 물량이 몇 배로 뛴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정책은 비교적 꾸준하게 선진화 해왔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생활 쓰레기를 억제하고 재활용을 가려내는 동기를 어느 정도 유발했다고 본다. 야영장 입장할 때 강매(?) 하는 지역 종량제 봉투도 히죽히죽 웃으면서 오백 원 낸다.


그러나 산업계의 폐기물 억제 정책은 아직 시작이다. 그리고 재활용 기술도 갈 길이 멀다. 쓰레기는 불완전한 소비의 결과물이다. 자원을 투입해서, 생산한 물건을, 다시 내다 버리면서 자연을 오염시킨다. 이중 삼중의 아까운 낭비가 발생한다. 


재활용하지 못하는 쓰레기는 태우거나 파묻어야 하는데 나라가 크던 작던 땅덩어리는 유한하다. 쓰레기는 소비에 비례한다. 지금 같은 소비 수준에 폐기물 억제 정책과 재활용 기술이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우리 후손이 쓰레기로 포화된 땅을 상속받을 수밖에 없다. 미래에 이 땅은 우리가 가끔 테레비에서 보는 저장 공포증 환자의 집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환경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불편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 불편은 금세 익숙해지고 습관이 된다. 필자가 10 여전 전에 사무실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없애고 개인 컵을 쓰자고 했을 때 모든 동료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 동료들이 어디 가서 종이컵으로 무언가 마실 때, 당시 필자가 주장(=협박했던) 했던 종이컵 접착제에 섞인 환경 호르몬이 목으로 넘어가는 찜찜함을 느낄 것이다.


도시 만의 문제도 아니다. 농사에 비닐의 사용이 늘고 있는 건 불가피하지만 지자체의 수거 노력이 소극적이다. 농촌에서 일할 때 새참을 광주리로 이어서 나르는 광경은 이제 전원일기 재방송에서나 볼 수 있다. 근처 식당에서는 스티로폼 용기에 넣은 도시락을 일회용 수저와 함께 논과 밭으로 배달한다. 그릇을 도로 가져가는 비용이 일회용 용기 값보다 비싸단다. 농촌에서 (밭에 덮어 놓았던) 까만 비닐이 날아다니는 모습과 한쪽에서 플라스틱, 비닐을 소각하는 장면은 익숙하다.


쓰레기에 '몸살'이란 병명이 따라다닌다. 몸살은 몹시 피로하여 생기는 병이다. 피로가 겹치면 중병이 될 수 있다. 환경 문제를 경제 발전의 부산물 정도로 방치했을 때 닥칠 재앙은 가공할 만하다. 아래에 오래된 환경 재앙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제 정말 쓰레기 먼저 상상해 보고 생산과 소비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업 폐기물 때문에 사라진 마을, 러브커넬

1942년부터 10년 동안 미국의 후커 화학 회사는 러브커넬에 2만여 톤의 산업 폐기물을 매립했다. 폐기물에는 클로로벤젠, 염소, 다이옥신 같은 유독성 물질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뒤 러브커넬에 마을이 생겼는데, 1970년대가 되자 마을 사람들은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에 걸리거나 아기를 유산했다. 결국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러브커넬은 아무도 살지 않는 황폐한 땅으로 버려졌다.
[네이버 지식백과]쓰레기를 묻으면 환경이 훼손돼요 (재미있는 환경 이야기, 2013. 8. 12., 허정림, 김영랑,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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