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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Nov 29. 2020

엄마 친구분들 이야기

노인과 아이는 닮았다




아이와 노인은 당연히 다른 점이 많지만 의외로 공통점도 꽤 있습니다. 극단의 양극은 서로 만나나 봅니다. 양쪽 집단 모두 생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통점의 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이 반대이지요.


아이는 발달하고 있는 반면에 노인은 퇴화합니다. 사회적으로 아이는 아직 역할이 없고 노인은 이미 지위를 상실했습니다. 한쪽은 아직, 다른 한쪽은 이제 무위無位입니다. 아이와 노인은 감정과 신체가 연약해서 병원 신세도 많이 집니다. 양쪽 다 (부양자가) 무병을 축하하고 기원하면서 나이와 관련된 행사를 특별하게 치러줍니다. 백일, 돌 --- 환갑, 칠순 등. 한쪽은 시작 다른 한쪽은 완성을 축하하는 개념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이들과 노인이 다른 집단에 대해 비교적 덜 배타적이라는 겁니다. 반면에 신체적으로 가장 정점에 있는 20-30대가 다른 인종에 대해 편견과 세대 간의 차이를 많이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는 피부색 관계없이 친구를 사귀다가 오히려 대학에 들어가면 인종끼리 헤쳐 모이더라고 미국 교민에게서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타 집단과 섞임으로써 잃을 수 있는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아이들한테는 모든 게 신기하고 이상합니다. 설사 길을 가다 노래 부르는 강아지를 봐도 그런가 보다 하지 당장 동영상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호들갑 떨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매일매일이 새로운데 피부색이 좀 다른 사람 정도는 '께임'이 안될지도 모릅니다.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외국에서 출국할 때, 탑승구 앞에서 비행기 기다리느라 심심한 (그 나라 사람이 아닌 ) 다른 외국인에게 말을 슬며시 붙여 봅니다. 이 나라 사람 좀 이상하지 않더냐고요. 즉시 맞장구가 돌아옵니다. 비행기 탈 때까지 그 나라 사람 흉을 보다가 끝이 안 나서 서로 이메일 주소까지 교환합니다. / 겉 다르고 속 다르고/ 탐욕스럽고/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외국인 차별하고/ 무례하고,... 좀 익숙하지 않은가요? 예, 인간의 만국 공통 특성입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고 심층 분석하다 보면 결국 사람의 본성에 수렴하게 됩니다. 노인은 살아보니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는 이러한 경험적 결론에 도달합니다.






아이와 노인은 약자로서 서로 친구에게 의존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인간관계에서 동네 친구의 비중이 높습니다. 노인과 아이가 공히 난감해하는 건 갑자기 이사를 가는 겁니다. 경제력이 없는 피부양자로서 주거지의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준비 없이 이웃의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건 슬픕니다. 제 엄마도 그간 여러 번 친구들과의 그런 이별을 경험하셨지요.


첨엔 예전 친구들과 연락도 하고 지내지만 실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점차 동네 이웃 친구들을 만나 정을 붙이고 어울려 다니면서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합니다. 그런데 이사 와서 얼마 있다 제 엄마가 어떤 '애기 엄마'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잘 보살펴 준다고요. 젊은 사람이 싹싹하고, 어디 갈 때마다 손을 꼭 붙잡아 주고... 말씀은 안 해도 식구보다 낫다는 얘기지요. 자식으로서 이렇게 고마울 데가 어디 있을까요? 만날 기회가 생기면 꼭 인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한 번은 엄마가 애기 엄마의 식구 얘기를 하십니다. 의사 아들이 있는데 효자라고요. 그래서 제가 남편 아니냐고 되물었는데도 아들 맞는다고 하십니다. 순간 저는 (그동안 조마조마했던 ) 치매가 시작되는 게 아닌지 긴장했습니다. 제가 파악을 한 결과 그 애기 엄마라는 분은 아들이 모 대학병원에 교수로 있는 75세의 노인이셨습니다.


규정으로는 만 65세 이상이면 경로당 출입이 가능한데, 실제는 70 대도 거기 가면 애들 취급받고 심부름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노령화로 노인 사회의 평균 연령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회에서는 90대 노인이 70 대 노인을 애기 엄마라고 부르는 게 약간의 과장일망정 터무니없는 농담이 아닙니다. 나이는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군대 갓 입대한 20살 졸병(신병)한테 22살 고참이 나이는 못 속인다고 한탄합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나요.






저희 동네는 단독 주택이 많은데 동네 노인들이 경로당 말고 친구 집에서 모이기도 합니다. 그중에 노인 친구들이 자주 모이는 댁의 주인이 폐지를 줍는 할머니입니다. 자식들 부양을 받을 형편이 못 돼서 정부에서 보조받아서 생활하는 저소득층입니다.


그런데도 그분은 여일 동네 노인들을 당신 집에 모셔서 음식을 해 '멕입'니다. 폐지 팔고 정부 보조받아 사는 80 대 노인의 무허가 주택에 동네의 (그분보다) 유복한 노인네들이 와서 얻어먹습니다. 음식을 해서 경로당으로도 나르십니다.


안타깝게도 폐지 할머니들의 걸음걸이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힘든 일을 해서 그런지 골반이 양옆으로 돌출되어 걸음걸이가 심하게 뒤뚱거리고 멀리서 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보고 한두 번 폐지 손수레를 밀어드렸습니다. 철제 수레 자체가 무거워요. 그런데 그분만큼 표정이 밝은 동네 노인이 없습니다. 마음이 부자인 그분은 한 두해 전에 무허가 주택에서 쫓겨나서 근방에 다른 거처를 어렵게 구해 옮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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