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감 Apr 29. 2024

넘치는 존칭 : '님', '분'

스님분, 여성분 ...

사장님의 선친'분'께서 이북 분이신데 고등학교 동기동창들이 레시피를 배워서 각자 가게를 차렸다고 합니다. 


어느 음식점을 소개하는 인터넷  글이다.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선친'이미 경칭인데 다시 '분'을 붙였다.  분별없는 존칭 존대 과잉 풍조다. 



식당 사장의 선친뿐 아니라 종업원에게도 '분'이 붙는다. 


직원'분'이 안내해 주신다.


요즘 식당 체험 글에서 자주 보는 글투다. '직원이 안내해 준다'라고 쓰면 이제는 무례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앞서 한덕수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 서울 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 "정부는 국민 보건체계를 강화시키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위 공직자도 간호사에 일단 '분'을 붙였다. 간호사의 '사'師는 선생님이란 뜻이다. 


수년 전에 대통령이 간호사들을 격려한 페이스북 글에서 '간호사분'이라고 하면서 의사한테는 '분'을 안 붙였다고 해서 차별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심지어 '스님분', '형님분'처럼 겹겹이 존칭을 갖다 붙이는 존칭 인플레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4명이서 고기 3인분, 막국수 1그릇… 주문 거절한 '사장님' 


식당 주인을 '사장'으로 부르며 존칭이라고 여기는 것도 웃기지만, 제삼자에게  꼬박꼬박 '님'을 붙이는 세태도 비정상이다. 


내용의 긍정 부정 가닥을 막론하고 일단 이중 삼중으로 존칭을 붙이고 보는 게 보통이다. 갑질한 식당 주인을 욕해서는 안 되겠지만, 과도하게 존대하면 맥락을 오도할 수 있다. 


요즘 식당이나 체인점같이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을  '사장님'이라고들 칭한다. 우리 시대에 자영업자가 늘면서 '사장님'도 참 많아졌다. 언론에서도 소상공인에게는 꼬박꼬박 '사장님'을 바친다. 우리 사회에서 '사장'은 일종의 존칭이 되었다.


반면, 대기업체 사장은 그냥 '사장'이다. 


이영희 신임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비(非)오너가 출신으로 최초로 여성 사장에 올랐다. 지금까지 삼성에서 여성 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경영인뿐이었다. 앞서 LG·SK도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비오너가 출신 첫 여성 사장(대표이사)을 선임한 데 이어 삼성에서도 ‘유리천장’이 깨졌다.



https://brunch.co.kr/@hhjo/265




우리 사회에서 제삼자에게 과잉 존칭 어미를 사용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언어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러한 언어 사용 경향은 사회적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 변화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나, 사실은 집단적 불안이나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된다. 자신의 지위를 낮추고 상대방을 과도하게 높여서 자신을 보호하고 사회적 거절을 피하려는 무의식적인 방어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과도한 존대의 사용은 단순한 언어 습관을 넘어 우리 사회의 불안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이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존대 존칭 사용 경향은 언어적 왜곡 문제를 야기하며 우리말의 질을 떨어뜨린다. 문제의 심각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정부와 언론이 나서야 한다.


정부는 잘못된  언어 사용을  (권고의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균형 잡힌 언어 사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언론은 언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사회적 책임과 민감성을 가지고 올바른 언어 사용 능력을 향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