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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Oct 06. 2020

충동으로 채용하는 경영자

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사람을 새로 뽑는 일은 회사의 앞 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다. 어디서 복덩이가 굴러 들어와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꼴통을 하나 받아 놓으면 두고두고 조직에  재앙이 된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문제 직원을 다른 부서로 순환 배치시키기도 여의치 않고, 더욱이 일 좀 못 한다고 자르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따라서  임직원의 채용만큼은 경영자가 직접 챙긴다. 기업에서 인원을 보충하고 적재적소에 운용하는 건 경영자의 주된 일거리의 하나다. 예전에 어느 대기업 총수가 관상 보는 이까지 대동하고 신입 사원을 면접했다는 얘기가 전설같이 전해져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경솔하게 뽑는 바람에 두고두고 애먹는 경영자들이 있다. 대개 면접을 통해 채용을 최종 결정하는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실상 양방향 면접이다. 지원자도 면접을 통해 동시에 회사를 평가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면접하는 경영자도 지원자만큼이나 긴장하고 채용 과정에 임해야 될 것 같은데 현실은 다르다.  준비도 없이 면접장에 덜렁덜렁 들어와서 되는대로 이력서를 뒤적거리다가 '애인은 있느냐', '몇 병이나 마시냐', '교회 다니냐' , '부모님은 뭐 하시냐', 따위  시시껄렁한 개인 신상이나 캐묻다 마는 경영자가 태반이다.  지금 배우자를 고르는 게 아니고 같이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 거다.  

주접 좀 떨지 마세요. 

이런 거 안 물어도 얼마든지 사람 알아볼 수 있다. 필자도 유럽에서 근무할 당시 신입 여직원을 면접하면서 출산 계획이 신경 쓰여서  '노회한' 현지 관리이사를 시켜서 에둘러 물어보게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는 면접 시 결혼 여부나 가족계획을 물어봐서는 안 된다. 심지어는 나이, 국적, 사는 동네까지도...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력서에 사진은 물론이고 자발적으로 키, 몸무게, 아버지의 학력과 직업까지 버젓이 써서 제출하는 지원자가 있다. 


회사에선 중요한 거래처와 상담하기 전에 상황을 점검하고 내부 대책 회의를 하기도 한다. 채용 면접도 그 만한  공을 들일 가치가 있다. 

미리 지원자에 대해 '예습'하고, 질문 항목 등 면접 전략을 세워보세요.  

업무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질 동료나 부하가 될 사람들까지 참여시켜서 의견을 들어 볼 만하다.  채용 시 자기를 면접한 동료나 부하를 무시하지 못하는 이점도 있다. 불가피하게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번거롭더라도 전화 면접을 포함 다섯 번 이상은 얘기를 시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어차피 몇 번 만나서 한 사람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여러 사람에게 여러 사람이 말을 시켜보면 판단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쇼핑할 때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엉뚱한 곳에서 싼값에 명품을 건지는 수가 있다. 들은 얘기다. 


경영자는 최후에 의견을 내는 게 좋다. 아무리 적임자라고 생각되어도 다른 면접자들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 첫인상이 중요하고 처음 생각이 옳다고들 하지만 사람을 뽑을 때만은 자중하자. '충동구매'는 피해야 한다. 환불이 어렵다. 채용은, 회사로서는 앞날이, 그리고 지원자에겐 인생이 걸려 있는 중대 사안이다. 당사자의 유/무능보다 회사와의 합合 여부가 관건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채용은 천천히, 해고는 빨리하라고 하지 않든가.  채용이 확정된 후 면접자가 합격자에게 채용 결정의 배경을 얘기해 주면 좋다. 나아가 면접관의 신상을 ( 이력서를 통해 알게 된 지원자의 신상만큼 ) 알려주면 지원자는 감동한다. 나의 새 동료와 감동으로 인연을 시작하는 것이 멋지지 아니한가?    


경현 이불 능거 거 이불 능선 명야見賢 而不能擧 擧而不能先 命也  견불선 이불능퇴 퇴이불능원 과야 見不善 而不能退 退而不能遠 過也 : 어진 인재를 보고서도 천거하지 않고, 등용하되 빨리 맞는 자리를 주지 않는 것은 태만함이요, 선하지 않은 자를 보고서도 능히 물리치지 않고 물리치더라도 능히 멀리 내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대학大學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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