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때가 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성공담 또는 실패 사례를 가지고 한 마디씩 거들고 나온다. 그렇지만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상관관계조차도 검증이 안 된 경험을 인과관계라고 우기면서 조언하면 더 큰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 사형제도를 폐지한 후 흉악범죄가 늘었는지 사실 여부 (상관관계) 조차도 확인이 안 되는 판에, 사형제도를 부활해야 범죄 예방이 된다는 ( 인과관계 ) 주장은 주관적이다. 아직 사람이 관련된 세상사를 획일적으로 옭아맬 법칙을 발견할 만큼 우리 인간이 진화하지 못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경험이 없는 문제에 봉착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곤 우리 문제를 어떻게 남에게 물어보냐는 생각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력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비싼 자문료도 아까웠다. 요즘은 기업 인수 매각, 중장기 전략 같이 내부 자원으로 소화하기 복잡한 사안들이 많아서 중소기업도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편이다.
그런데 외부 컨설팅을 만병통치로 아는 경영자가 있다. 직원들에게는 컨설턴트 얘기에 절대적으로 협조할 것을 명령한다. 안 그래도 바쁜데 컨설턴트 모시는 게 '여기 시어머니 하나 추가요'다. 회사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이 생뚱맞은 질문을 반복해가며 이것 저것 자료 해 내라고 하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래도 최우선으로 수발해야지 수틀리면 사장 통해서 벼락이 떨어진다.
한편 컨설턴트와 짜고 치는 고스톱도 있다. 경영자가 자기가 원하는 답을 미리 컨설턴트에게 주고는 중간 과정만 채워 넣게 한다. 인원 감축 등 내부 희생이 따르는 구조 조정 같은 걸 컨설턴트의 제안으로 돌리고 경영자는 그 뒤에 숨는다. 말하자면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 컨설턴트에게 하청를 주는 것이다. 경영자의 모자란 리더십을 돈으로 메꾸는 격이다. 그래서 대개 컨설팅 영업 대상은 최고 경영자 집단이 되고 자리를 바꾸어 가며 서로 돕고 사는 공생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대주주나 사업주는 외부 컨설턴트 고용하는 걸 못마땅하게 보기도 한다. 그런 거 하라고 전문 경영인을 앉혀 놨는데 비싼 자문료 주고 다시 외부에 일을 맡기니 맘이 편치 않다. 비슷한 경우가 있다. 회사에 소송이 많아서 아예 고문 변호사를 데려다 놓고 법무팀까지 만들어 줬다. 그런데 정작 소송건은 아는 로펌에다 의뢰하고 중간에서 연락이나 한다. 직접 하는 거라곤 거래처가 보내온 계약서 초안에 줄 좍좍 그어 가면서 빼라고 하는 것. 그러나 영입한 전문가가 모든 걸 손수 해결하리라는 기대는 순진하다. 사안에 따라 최적의 외부 전문 기관을 물색해서 그들의 언어로 통신하면서 문제를 풀면 내부 전문가의 밥값은 충분히 하는 거다.
문제는 컨설턴트가 결과를 '납품' 하고 난 후부터다. 일부 사업의 중단같은 충격적인 처방에 대해 실무부서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거봐라' 하면서 부서 이기주의에 의한 저항으로 몬다. 물론 전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연명하는 사업은 외부 인사가 개입해서 과감하게 접는 게 빠르다. 그렇다고 외부자가 단시일에 훑어보고 마치 돼지 살처분 권고하듯이 내놓는 극단적인 해법은 덥석 받기가 어렵다. 경영자가 숙고해서 외롭지만 독자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경영자의 역량이 발휘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실무자들을 컨설탄트와 연결시켜 제안의 배경을 파악하고 절충안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절충折衷'은 타협이 아니다, 원전에는 '어느 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것과 저것을 취사(取捨)하여 그 알맞은 것을 얻음'으로 나온다. 동시에 내부 직원들 교육도 시키고 그나마 컨설팅의 가치를 살린다.(= 본전을 뽑는다)
반대로 컨설턴트와 짝짜꿍이 되어서 '일은 컨설턴트가 아니고 너희들이 하는 거야' 노래를 이중창으로 하면서, '화려한' 파워포인트 100장짜리 유에스비를 그대로 기획부서에 던져주는 순간 그 건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 실패하면 경영자는 자기 직원들의 실력 탓으로 돌린다.
미국 명문 MBA 출신 컨설탄트가 재무 통계 지식 좀 가지고 기업 문제 해결사하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사상초유' 사건이 매일 벌어지는 변화의 사회에서 컨설팅 회사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경영 모델 자료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컨설탄트 경험도, 경영 경험도, 살아있는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의 예측을 따라갈 수 없다. 인터넷이 지식의 평준화를 이루는 4차 산업 시대에 경영 컨설탄트도 도태 일 순위 전문직이다.
사군삭 사욕의事君數 斯辱矣 붕우삭 사소의 朋友數 斯疏矣 임금을 섬기면서 자주 간언하면 욕을 당하고, 친구를 사귀면서 자주 충고하면 소원해진다. 논어 이인편 / 낭송논어 (김수경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