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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의 추억

2주간 시어머니 기적의 식단 프로젝트 27. 26일 차

by 콩소여

봄이 되면 언제 냉이를 캐러 가야 하나 생각한다.

어머니께 배우기 전엔 전혀 몰랐던 세상이었다.


겨우내 땅에 딱 달라붙어서 웅크리며 추위를 이겨낸 기특한 냉이

그래서 보약 중에 보약이란다!

이 여린 싹이 어떻게 언 땅을 비집고 나왔을까?

그 추운 겨울 안 죽고 버티는 게 참으로 용하다.


한봉다리 가득 캐서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무쳐먹으면

그야말로 봄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점심식사
양배추 전(삼겹살, 청경채, 양배추, 당근, 팽이버섯, 애호박, 계란, 소금, 후추, 차전자피가루), 소고기 뭇국

자주 해 먹는 계란 전에 욕심을 좀 내봤다.

온갖 채소 잔뜩 집어넣고 부쳐서 가쓰오부시 살살 뿌려 내놓으니 건강한 야채 전이 되었다!


냉이 캐러 다녀옴

처음엔 민들레와 냉이가 도저히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계속 구분이 가지 않아서 캘 때마다 물어봤다.

“이거 냉이 맞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확신을 갖고 캐기 시작했는데

한뿌리, 두 뿌리 캐다 보니 욕심이 점점 생겨서

자꾸자꾸 쭈그리고 앉아서 캐느라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한 봉지 그득하게 캐고 집으로 돌아왔다.

캘 때는 몰랐다.

손질이 또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ㅠ

흙이 잔뿌리 사이사이 잔뜩 묻어 있어서..

손으로 일일이 다 털어주고 여러 번 물에 헹궈서 씻어야 했다.


그래도 나물로 무쳐 먹으니 너무너무 향긋하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이것이 봄의 맛인가?!

식당에서 먹을 땐 몰랐는데, 내가 직접 캔 냉이 요리는 정말 꿀맛이었다.


할머니와의 추억

냉이 캐기

이제 봄이 되면 잊지 못할 것 같다.


저녁식사
수육, 소고기 뭇국, 김, 냉이무침, 멸치, 김치 (+냉동딸기요거트)

이번엔 야들야들하게 수육 성공!

저번에 실패한 무수분 수육의 설욕전이랄까.




냉이를 캐면서 내가 엄청난 걸 해낸 느낌이 들었다.

수렵 채취로 직접 구해온 식물로 끼니를 때운 느낌?

뭔가 내가 해낸 것 같았다.

이러다가 직접 사냥도 할 기세???


나 이렇게 막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건가?

냉이 한번 캔 거 가지고 호들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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