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달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차 안이 조용하다. 침묵을 깨고 꼬달이에게 질문을 한다.
“꼬달이 오늘 점심에 뭐 먹었어?.” “된장국”
“꼬달아, 오늘 산책 나갔어?” “응”
“꼬달아, 오늘 뭐 하고 놀았어?” “힘센 자동차”
“음. 그랬구나.”
어린이집 점심 메뉴는 매일 된장국이다. 가장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라 생각하고 ‘점심에 뭐 먹었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이 없자 “된장국 먹었어?”라고 물어 봐준 뒤로 어린이집 점심 메뉴는 된장국이 되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임신을 하고, 출산 후 아이와 생활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아이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는 할 말이 너무 많다.
동그란 얼굴로 ‘엄마! 엄마!’를 쉬지 않고 외치며 수다를 늘어놓는 아이.
‘음, 그랬구나.’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주며 세상 따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얼굴.
언제나 무슨 이야기든 잘 들어주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꼬달이의 목소리를 너무나 간절히 기다린 날이 있었다. 딸기를 앞에 두고 ‘기’ 한 글자를 시켜보겠다고 남편은 애쓰고 있었다. 꼬달이는 빨리 딸기 달라고 떼를 쓰며 누워버렸다. 딸기를 빨리 먹고 싶은 아이에게 “‘기’하라고 ‘기’” 남편은 온 힘을 다해 ‘기’를 외쳤지만 소용은 없었다.
그 한 글자가 뭐라고. 소리를 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아이가 밉기까지 했다. 결국 딸기를 먹는 아이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때가 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어린이집 등원 버스 맨 뒷자리에는 아이 셋이 나란히 앉아있다. 꼬달이 보다 2살 정도는 어려 보인다. 아이들은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온몸을 흔들고 발을 동동 거린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혼자 앉아 있는 꼬달이를 보며 손을 흔들어 본다. 입은 마스크로 가렸지만, 엄마를 보며 눈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