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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Jul 28. 2022

우리 아이 첫 시험 보는 날

오늘은 6개월 동안 마음 졸이면 기다리던 발달검사를 하는 날이다. 검사 결과에 대한 기대보단 꼬달이가 검사실을 탈출만 안 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꼬달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 들러 사탕 2개와 자동차 장난감을 사줬다.

“선생님이 하라는 데로 따라만 하면 돼. 알았지? 엄마 아빠는 검사실 밖에서 기다릴게.”

“응”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검사실에 꼬달이만 남겨둔 채 우리는 문을 열고 나왔다. 꼬달이는 1분도 지나지 않아 엄마를 찾았고 화장실에 가려던 나는 결국 검사실로 따라 들어갔다.     


아이를 도와주면 안 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는 조용히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검사는 처음부터 연필로 그림을 따라 그리는 문제가 나왔다. 꼬달이는 아직 막대사탕을 잡고 먹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사탕 때문에 오른손잡이인 꼬달이가 왼손으로 연필을 잡는 것이 아닌가.

 

연필을 바르게 잡으라고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다행히도 꼬달이는 다 먹은 사탕 막대는 나에게 주고 오른손으로 연필을 잡았다. ‘휴 다행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 발생했다. 사탕을 다 먹은 꼬달이는 의자에 앉아 있지 못하고 검사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창밖을 쳐다보거나 서랍을 열려고 하고 선생님의 물건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꼬달이는 내 무릎에 앉아 선생이 내미는 검사지를 풀어나갔다.


여러 도형 도안을 보고 그리는 것부터 같은 그림을 찾는 문제까지 풀어나갔다. 정답을 다 맞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연필을 잡고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6개월 동안 연필 잡는 연습을 열심히 시킨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검사 시간이 20분이 넘어가자 꼬달이의 저항의 몸부림은 더 거세졌다.


결국 나머지 검사는 부모와 면담을 먼저 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꼬달이는 밖에서 아빠와 대기하고, 검사실에는 선생과 나만 남아 15분 정도 아이에 관련된 질문과 답이 오고 갔다.


다시 꼬달이의 검사가 시작되었다. 꼬달이의 거부는 더 거세졌다. 나는 이게 정말 하기 싫다는 뜻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검사실을 탈출을 계속 시도하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싫어요’,‘기다려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고. 선생이 내미는 검사지를 안 하겠다고 계속해 밀어냈다.


정말 이 검사를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꼬달이가 완강히 거부했던 검사지는 끝이 나고 다음 검사는 퍼즐이 등장했다.


퍼즐이 마음에 들었는지 꼬달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신나게 퍼즐을 해나갔다. 빨리하고 싶어 선생님이 꺼내기도 전에 상자에서 퍼즐을 꺼내려고 야단이었다. 아까는 싫다고 그렇게 계속 밀어내더니 이제는 반대로 좋다고 빨리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으이구, 이 녀석아, 언제 클래?’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까는 뭐가 그렇게 싫었을까? 꼬달이가 문제를 잘 풀면 웃고, 제대로 풀지 못하면 속상해하는 내가 우스웠다. 울지 않고 조금 더 집중했다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생각하니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도 걱정했던 검사를 끝내고 나니 아이가 수능시험이라도 치른 듯 마음 한구석이 시원했다. 검사 결과지를 받는 건 2주 후에나 예약이 잡혔다. 꼬달이의 첫 성적표는 과연 어떨지 걱정이 되지만 오늘은 미뤄두기로 했다.     


고생했어. 꼬달아~ 시험 보느라 힘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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