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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Mar 03. 2022

엄마라서 기다려야 할 순간들

끝나지 않는 배변훈련

요즘 나는 입버릇처럼 “응가 떼고, 학교 가자.”라고 말하고는 한다. 배변훈련이 끝났어도 한참이어야 하는 나이건만 우리 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주말이면 팬티 서너 장 손빨래는 요즘도 흔한 일이다. 쉬(소변)하는 것은 실수 한번 없이 완벽한데 응가는 좀처럼 깔끔하게 해결 못하고 방황 중이다. 응가를 3일에 한 번, 4일에 한 번 하는 것도 문제지만, 도무지 변기에서 시작하지 못하고 찔끔찔끔 팬티에 묻히고 만다.     


지난달 2~3번 연속 변기에 응가를 해주어서 이제 조금 자리를 잡아가나 싶었는데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38개월 무렵에 또래보다 늦게 시작한 배변훈련은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쉬(소변) 배변훈련을 마무리하는 것도 수월하지는 않았다. 배변훈련 팬티를 입고 30분마다 쉬(소변)를 하는 아이의 주기를 파악하고, 배변훈련 일주일 만에 변기에 첫 소변을 해주었다.  변기에 하는 횟수는 아주 조금씩 늘어갔지만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아이는 기저귀를 완전히 떼지 못했다.      


외출할 때가 문제였다. 꼬달이가 아직 말을 시작하지 못한 때라 “쉬”라는 단어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나는 집안이나 어린이집 등 실내에서는 기저귀를 안 채우고, 외출하거나 어린이집 등 하원 길 차를 탈 때는 기저귀를 채웠다. 그렇게 반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이렇게 해서는 기저귀를 뗄 수 없다는 생각에 차 탈 때마다 방수 쿠션을 깔아주고 아이의 기저귀를 벗겼다. 기저귀가 아이의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고, 몇 번의 실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수월히 기저귀와 안녕할 수 있었다.      


하지만 62개월인 지금도 배변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특별히 변기에 거부는 없었기에 타이밍을 잘 맞추어 변기에 응가하기를 몇 번 성공하며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 가는구나 싶었지만.


배변훈련을 하면서 변비가 생긴 꼬달이는 변기에 앉아서 힘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응가 소식이 오면 자꾸만 쪼그린 자세를 취했다. 내 눈에는 너무 요상한 자세 때문에 더 팬티에 실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쪼그린 자세를 못 하게도 했지만 소용은 없었다. 변기에 앉히고 응가를 해보라고 화장실 안에서 같이 기다려 봐도 마찬가지였다. 

    

“배에 힘줘. 기차 응가해야지. 응가하고 핑크퐁 보자. 꼬달이 이제 아기 아니야. 팬티에 응가하면 안 돼.”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배변훈련에 대한 스트레스가 내 머릿속에 한가득인 상황에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연휴가 낀 주말이라 꼬달이가 5일 동안 집에 있었는데 매일 팬티를 빨개하더니 또 팬티에 응가를 제대로 해버린 것이다.     


“엄마가 팬티에 응가하면 안 된다고 했지!!‘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내고 아이의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아직도 정확히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꼬달이지만, 엄마, 아빠가 화가 난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못 느낄 리 없었다. 그렇게 경직되어 버린 아이.      


아이를 들어 변기에 앉혔다. 하지만 이미 응가 덩어리는 팬티에 밀착되어 버렸고, 다시 변기에 응가를 하도록 유도해 보지만 소용없었다. 내 얼굴은 점점 더 굳어가고, 뒤에서 지켜보던 아빠가 나서서 아이의 엉덩이를 닦이고, 징징대는 아이에게 옷을 입혀 산책하러 나간다며 나가버렸다.    

 

배변훈련 중에 절대 부모가 화내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상황들이. 뭐 하나 수월하지 않은 꼬달이와 연결된 이 모든 상황들이 나를 너무 화나게 만들었다.


’ 이 녀석아. 지금 몇 살인데 팬티에 응가를 하는 거야.‘ 


너무나 속상한 마음뿐이다.     


아이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터득할 때까지 기다려야 줘야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큰소리를 낸 나의 모습에 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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