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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Jun 16. 2022

혼자 우산 쓰는 법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늘리기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오늘은 작정하고 꼬달이의 우산을 챙겼다. 등원 버스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일부러 차에 내려 우산 쓰는 걸 연습시키려는 목적에서다.


등원 버스를 타는 곳에 도착해 차에 내리면서 꼬달이 손에 우산을 들려주었다. 우선 우산 끈을 풀게 시켰다. 꼬달이는 어떻게 하는 건지 어리둥절하더니 곧 우산 끈을 찾아 우산을 풀었다.


다음 우산 손잡이를 잡고 우산 속 우산살 피는 것을 알려주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설프지만 우산살을 올려본다. 어디까지 올리는 게 다 끝난 건지 알지 못해 어정쩡한 위치에서 손을 놓아버린다.


우산을 끝까지 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우산은 활짝 펴졌지만 가는 빗줄기가 내리고 있는데 꼬달의 우산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한다. 그렇게 어설픈 첫 우산 잡이를 했다.


꼬달이가 혼자 우산을 쓸 일이 별로 없었다. 4년간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늘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을 다녔다. 어린이집 앞에서 차를 세워 아이를 등 하원 시켰다.


꼬달이가 어린이집을 나와 몇 걸음이면 차에 올라타면 되니, 늘 우산은 내가 들 우산 하나로 충분했다. 비 오는 날 외출하는 일은 드물었고 외출을 하더라도 지하주차장 있는 곳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으니 꼬달이의 우산은 필요 없었다.


얼마 전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우산을 보며 꼬달이가 혼자 우산을 써 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꼬달이가 학교를 가게 되니 필요한 준비를 생각했을 때 한글을 떼는 것도 더하기 빼기를 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우산 쓰는 법을 알려주어야겠구나


혼자 옷 입기 같은 생활 습관부터 음료수 뚜껑 열기 같은 아주 작은 일들까지 혼자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다 싶었다.


옷 입기, 신발 신기, 양치질하기 등 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단추 채우기, 음료수 뚜껑 열기처럼 방법은 알지만 아직 손에 힘이 부족해 못하는 일들도 있다. 우산 쓰는 법처럼 경험이 부족해 못하는 일도 있다.


처음은 어설프더라도 경험이 있어 하는 방법을 아는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혼자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엄마가 다 해주다 보면 계속 못하는 일이 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경험이 필요하다.


 발달이 느린 우리 꼬달이는 언어가 그렇듯 행동 모방도 많지 않은 편이다. 가르쳐주고 경험시켜 주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발달이 느리니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니까 해줄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생각 없이 지나친 일들이 많다. 우산을 쓰는 것도, 안전벨트를 매는 것, 먹은 밥그릇을 치우는 일까지.


아이의 진정한 성장을 바란다면 이제는 혼자 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비가 오는 날에 언제나 엄마가 우산을 씌어줄 수는 없다. 늘 시작은 어설프다. 비뚤 삐뚤 흔들리는 우산 밑에서 조금 비를 맞는다 하여도 이제는 혼자서 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제 혼자 해야 해. 엄마가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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