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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May 13. 2022

너는 몇 살이니?

시댁에서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끝냈다. 이제 자리에 앉아 보지만 쉴 수는 없었다. 꼬달이는 딱히 갖고 놀 장난감이 없는지 베란다 창문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바깥에 나가고 싶은지 현관문에 매달렸다.     

‘그래, 같이 산책이나 나가자.’     

나는 못 이기는 척 꼬달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꼬달이와 아파트 단지를 함께 걸었다. 


 “우리 놀이터 갈래?”

 “응”     

꼬달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 서넛이 보였다. 다른 아이들이 있다는 게 왠지 마음이 불안했다. 


꼬달이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누나들 근처를 기웃거렸다. 한 아이가 메고 있는 알록달록한 가방이 신기한지 아무 말도 없이 만졌다. 여자아이는 이 애 뭐지 하는 표정으로 꼬달이를 쳐다보더니 다른 쪽으로 자리를 피했다. 안 되겠다 싶어 꼬달이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했다.


놀이터를 한 바퀴 돌고 꼬달이는 그네가 타고 싶은지 "그네"라고 말했다. "그네 타고 싶어?"

꼬달이와 나는 낯선 아파트 단지에서 그네가 있는 놀이터를 찾아 나섰다.      


조금 걷다 아까 놀이터보다 놀이기구가 크고 그네도 있는 놀이터를 찾았다. 놀이터에는 꼬달이보다 커 보이는 남자아이 둘과 키가 작은 여자아이 한 명이 있었다.    

  

꼬달이는 형들이 있는데도 그네를 타고 싶어 했다. 남자아이들은 그네에 매달리는 꼬달이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그네를 양보해 주었다. 그네를 조금 타는가 싶더니 형들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형들 쪽으로 갔다. 하지만 날렵한 형들을 따라다니는 건 꼬달이에게는 무리였다.

           

꼬달이보다 키가 작은 여자아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너 몇 살이니?” 여자아이가 물었다. 꼬달이는 대답이 없다.

“아기, 몇 살이에요?” 여자아이가 나를 보고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너는 몇 살이니?” “저는 5살이에요.” 


나는 끝내 여자아이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꼬달이와 놀이터를 떠났다.   

   

언제부턴가 꼬달이와 외출할 때 가는 곳은 사람이 없는 곳이 되었다. 

학교 운동장을 가면 공놀이하는 아이들을 보면 신나서 달려간다. 그리고 무턱대고 공을 차겠다고 쫓아다닌다.

놀이터에 가면 그네를 타고 싶다고 다른 아이들이 타고 있는데 막무가내로 그네에 매달려 버린다. 같이 놀지 못하고 방해만 하는 상황이 된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꼬달이는 아직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어렵다.

               

난 놀이터에서 만난 여자아이 질문에 뭐라 대답을 해야 했을까?     

나이를 거짓말로 대답할 수도 없었다. ‘너보다 오빠야 7살이야‘ 라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근데 왜 말을 못 해요?’ 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럼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결국 대답을 피하고 말았다. 


앞으로 수없이 겪게 될 일이다. 오늘은 피했지만 매번 피할 수는 없다. 속상한 마음 뒤편에는 내가 꼬달이를 지키지 못한 거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당찬 엄마가 돼야겠다.     


내 고민을 듣고 아는 분이 적절한 답을 알려주었다.

“너보다 나이 많아. 아기 아니고 오빠야. 말은 잘 못해도 다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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