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해우소는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화장실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화장실에만 들어가면 퀴퀴한 냄새 때문에 근심이 쌓인다.
언제 청소를 할까?
매일 할 수 없으므로 미루고 미루다
줄눈에 끼는 때가 눈에 밟히고 밟히다 마음에 빗금을 긋는다.
이전의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와 같이 해보기로 했다.
우리 집 화장실도 매일 5분~ 10분 청소로 새로이 깨끗하게 거듭날 수 있을까?
우리 집 화장실이 근사한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그날까지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시즌 4 <해우소> 파이팅!
그런데...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화장실은 난감하다.
우선 하나씩 살펴본다.
변기, 세면대, 바닥, 벽... 많기도 하다.
마감이 안 된 천장 벽의 틈새도 자꾸 거슬린다.
거울은 반짝반짝 어떻게 닦는 거냐, 도대체.
하나씩 살펴본다더니
더하고 더해서 화장실이 마음에 꽉 차 버렸다.
화장실 변기 물이 넘쳐 안 내려갈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다.
아... 비유 한번 지저분하다.
화장실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걸까.
한꺼번에 다 하기는 힘들고
하나만 고르자.
화장실 청소는 제일 위쪽, 깨끗한 곳부터 해야 한다는 걸
어디선가 봤다.
그럼 가장 위, 천장은 남편에게 마감을 부탁하고...
(천장 틈새는 벌레가 드나드는 통로로 강력히 의심되는 곳이다.)
나는 세면대를 우선 공략하기로 한다.
그래서 우선 화장실 청소 도구가 있나 없나 살핀다.
집에 화장실 청소 도구나 없을 리가 없는데도
인터넷으로 뭘 살까 뒤적인다.
수세미는 거품이 많이 나는 것?
박박 닦이는 것?
일회용으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거?
세정제는 과탄산, 구연산, 베이킹소다, 락스, 식초 등을 주르르 살피고
본 김에 변기 솔, 바닥 솔, 물때 제거 스퀴지...
끝없이 본다.
집에 다 있는데 꼭 새로 장만해야 하나 보다.
장비를 새로 장만하면 뭔가 새로워지나?
어이없는 마음이지만 장바구니에 가득 넣어두고,
청소할 마음인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인지, 그냥 밖에 나가고 싶은 것인지.
엉덩이를 들썩이며 다*소에나 가볼까 하고
오후 내내 마음이 붕 떠있었다.
새로 시작하는 시즌이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걸 테다.
화장실은 엄청난 곳이라 하루 10분으로 쉽사리 정복할 수 없는 걸 알기에
더욱 승부욕에 불타오르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나는 머뭇거리던 사람이었는데.
빨래 개기, 이불 개기, 거실 정리하기 등
거듭되는 작은 성공으로
나는 자신감이 마구 상승한 상태라서
엄청난 화장실 앞에서도 한치의 쪼그라듦 없이
그것을 꺾어 보이겠다는 기세만은 대단하다.
변기를 끌어안고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나의 미래의 모습이 뻔히 다 보이는데도...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4’ <해우소>는
화장실 청소를 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