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전부 정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제 첫걸음을 떼었다.
그 첫 번째 미션, 세면대를 닦는 일이다.
언제? 무엇으로? 어떻게?
언제?
퇴근 후가 좋겠다. 딸아이가 씻는 동안 세면대 청소를 하기로 했다. 내 시간을 더 들이지 않아도 된다.
무엇으로?
낮에 훑어본 어떤 세제도 준비하지 못한 채 세면대와 맞닥뜨렸다. 거품형 락스를 마구 뿌리면 좋겠지만 아이가 씻는데 차마 뿌릴 수 없었다. 아이의 호흡기로 바로 들어갈 것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뿌리겠는가. 락스는 더군다나 뜨거운 물과 만나면 더 나쁜 물질이 나온단다. 이름은 굳이 모르겠다. 알아야 하나?
여행용 샴푸통의 남은 샴푸를 쭉 짰다. 세숫대야를 하나 가져올까 말까 하다 세면대에다 물을 받고 거품을 만들었다. 뭘로 문지른다...
수세미 여분이 있는지 확인을 못했다. 다행히 욕실에는 샤워타월 여분이 두 개나 있다. 샤워타월은 자주 바꾸란다. 세균의 온상이라나? 이참에 새것을 꺼내고 헌 것에 세제를 푼다. 고무장갑을 끼고 샤워타월을 문질러 거품을 냈다.
어떻게?
수도꼭지를 문지르고, 수도꼭지 뒤의 세면대와 벽이 만나는 실리콘을 꼼꼼히 문질렀다. 세면대 위, 아래를 돌아가며 거품질을 했다. 세정력이 괜찮은 건가?
아침에 살펴보니 가벼운 때는 사라진 듯하고, 묵은 때는 남아있다. 세면대 청소를 얼마나 안 했으면 쯧. 수도꼭지도 번쩍번쩍 광이 날 정도는 아니다. 열심히 문지른 손잡이 쪽은 빛이 나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묵직한 때가 붙어있다. 묵은 때가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청소해야겠다. 광이 나도록 닦으려면 치약을 사용하라고 했던가? 이것저것 사용해 보면 된다. ‘매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걱정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광대한 화장실 청소의 시간.
함께 닦은 유리는 역시나 반짝거리지 않는다. 유리는 린스로 닦으라고 했던가? 청소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겠다.
버려질 샤워타월에게 생의 미련이 남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청소를 시켰다. 남은 팔힘을 있는 대로 쥐어짜 벽과 바닥도 조금 문질러본다. 부피가 큰 것으로 문지르니 아주 좋다. 거품이 많으니 청소가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바닥에 샤워타월을 놓고 실내화로 밟아주며 빨았다. 실내화 바닥 청소가 저절로 된다. 우와! 유레카!
세면대 청소 후 복실이에게 물었다. “복실아 깨끗하지?”
아이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평소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나?
집안일이 그렇다. 안 하면 티가 팍팍 나고, 해도 해도 한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샤워타월로 때 국물을 벗겨낸 나만은 알고 있다. 거품 속에서 뒹굴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시원하고 깨끗한 이 느낌. 보글거리고 몽글거린다.
작은 거품에 집안일이라는 작은 근심 한 조각을 담아 씻어 흘려보냈다. 퇴근 후 금방 쓰러져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왜 눈이 또랑또랑 해지고 힘이 불끈 솟아나는지 모르겠다.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4’ <해우소>는
화장실 청소를 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